이번엔 전주서 전세 사기…170억원대 규모에 피해자 200명 넘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 약 170억원을 편취한 건물주와 공인중개사 등이 경찰에 검거됐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건물주 A씨(40대)와 공인중개사 B씨(50대) 등 2명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건물을 매입할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준 그의 어머니 등 17명도 부동산실명법 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께 전주의 구축 빌라를 매입한 뒤 세입자 235명과 임대차계약을 맺고서는 전세보증금 173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5월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는 세입자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 A씨가 소유한 차명 빌라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등이 부동산 중개인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중개조와 명의를 빌려준 명의수탁자로 역할 분담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9채의 빌라를 매입했다.

A씨는 편취한 보증금으로 찜질방을 매입하는 등 개인사업에 투자했다. 세입자들에게는 ‘투자한 건물에서 대출이 나오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겠다’며 상환을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세입자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데다 A씨가 신용불량자인 점 등을 토대로 그가 전세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봤다.

A씨 등은 또 매입한 건물의 일부 호실을 불법으로 증축한 뒤 2000만∼5000만원이던 기존 보증금을 7000만∼1억1000만원으로 올려 세입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 94％(221명)는 40대 미만의 사회초년생들이었다. 대부분이 조건에 맞지 않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다수일 것이라 보고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했다”며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해 관련 부동산에 대한 추징보전 등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