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쏘나타'라 불리며 서울 강남 일대를 누비던 렉서스 ES 300h가 2025년에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월 400~600대 수준의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6,48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이 정도 판매량이라면 수입차 시장에서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이 차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직접 타보니 금세 알 수 있었다. 우선 정숙함이 압도적이다. 신호 대기 중엔 엔진이 꺼져 있고, 출발할 때도 모터로만 조용히 움직인다. 가속 페달을 좀 더 밟아야 그제서야 2.5L 엔진이 개입하는데, 이때도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복합 17.2km/L는 같은 급 세단 중 최고 수준이다. 도심에서 17.3km/L, 고속도로에서 17.1km/L로 주행 환경에 관계없이 일정한 효율을 보여준다. e-CVT 덕분에 변속 충격도 전혀 없어 부드러움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놀라운 건 주행 성능이다. 과거 렉서스 하면 '편하긴 한데 재미없는 차'였다면, 이제는 다르다. BMW 3시리즈 못지않은 정밀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예상한 대로 정확히 차가 반응한다. 전륜구동 세단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이다.

첨단 안전장비도 크게 늘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까다로운 고속주회로 코너도 거뜬히 통과한다.

승차감은 여전히 렉서스의 강점이다. 과속방지턱을 30km/h로 넘어도 충격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연속된 요철 구간에서도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흡수한다. 에어 서스펜션 쓰는 고급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실내 질감도 가격값을 한다. 마크 레빈슨 스피커, 시트 메모리 기능, 통풍 시트 등 고급 옵션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로 세련되면서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여기에 준수한 가격까지 더해지니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풀체인지를 앞두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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