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쉐린가이드 마닐라-세부 에디션 발간이 확정되면서 글로벌 미식 여행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시티의 솔레어리조트를 지난달 13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최근 호텔업계는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미식 콘텐츠를 강화하며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데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솔레어리조트가 한식, 일식, 중식, 이탈리안, 필리핀 전통 요리까지 17개의 레스토랑을 품고 있어 미식가의 천국으로 불리고 있어서다. 이 리조트에선 매년 세계 각국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유명 셰프를 초청해 특별 디너를 선보이는 고품격 이벤트를 개최한다. 실제로 리조트에는 미쉐린가이드의 마닐라 진출과 함께 강력 후보로 떠오르는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피네스트라(Finestra) -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의 정수
120석 규모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네스트라는 최근 오픈 12주년을 맞아, 미쉐린 3스타 셰프 하인즈 벡(Heinz Beck)을 초청해 6코스 런치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 ‘라 페르골라’의 오너 셰프이자 세계 8개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그가 내놓은 메뉴는 고급스러움과 건강함을 모두 잡았다. 절인 방어와 산화초콜릿, 스캄포와 그린 가스파초, 호박 리조토와 피스타치오 송아지 스테이크까지, 섬세한 구성은 눈과 입 모두를 만족시켰다.
레드 랜턴(Red Lantern) - 중식의 품격을 다시 쓰다
186석 규모의 레드 랜턴은 마닐라 미쉐린 스타 유력 후보로 꼽히는 중식당이다. 딤섬플래터를 시작으로 게살 스프, 능성어찜, 베이징덕 등 정통 중식 코스를 제공하며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고소한 오리껍질과 속살이 조화를 이룬 베이징덕은 마닐라를 떠난 뒤에도 계속 생각날 만큼 인상적이다. 긴 여정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울 첫 끼니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여행객에게 레드 랜턴을 추천한다. 런치 시간에는 딤섬 뷔페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야쿠미(Yakumi) -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고급 일식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도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세싱이다. 교토 스타일 가이세키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쿠미에서는 매일 새벽 도쿄의 수산 시장에서 직접 공수한 참치, 성게알, 송로버섯, 캐비어 등 최고급 재료가 입안에서 향연을 펼친다. 사케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사케와 일본 소츄 등과의 페어링은 고급스런 미식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오아시스 가든 카페는 폭포와 유리천장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공간이며, 한식당 ‘기와’, 글로벌 식재료를 한데 모은 뷔페 ‘프레시’, 한국에서 익숙한 ‘깐부치킨’까지 입점해 다양한 먹거리 선택지를 제공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드래곤 바’와 ‘럭키 누들’은 출출한 야식 시간을 책임진다. 이달 5일부터 7일까지는 한국의 최현석 셰프를 초청해 3일간 미식 행사를 개최했다. 리조트 관계자는 "최현석 셰프가 직접 요리한 메뉴를 맛볼 기회를 놓친 고객들을 위해 7월 6일까지 그의 시그니처 요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식 후의 여유, 액티비티로 채우다
맛있게 먹은 뒤엔, 몸을 움직여 또 다른 끼니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75미터 길이의 야외수영장에서 노을이 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꼭 멈춘 것만 같다. 사격장을 갖춘 스카이라운지, 그리고 전체 리조트의 약 3분의 1 면적을 차지하는 대형 카지노도 기다리고 있다. 슬롯머신 2300대, 게임 테이블 400개를 갖춘 카지노는 마닐라 3대 카지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호텔 내부에는 루이비통, 프라다, 롤렉스 등 30여 개 명품 매장이 자정까지 운영되며, 호텔 바로 앞에는 ‘아얄라몰’, 인근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SM 몰 오브 아시아’가 자리해 쇼핑 천국의 면모를 갖췄다.
심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