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도 향기가 있다… 가을 나무·흙 향 선보인 바이레도[동아리]

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2024. 9.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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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증명된 가을 향기… 미생물 활동으로 낙엽이 분해되는 흙 냄새

계절에도 향기가 있다. 이미지와 경험, 추억에서 비롯한 향도 있지만 실제로 공기의 온도가 변하고 흙과 이끼 등의 토양 냄새 분자가 짙어지면서 나는 향도 있다.

가을도 냄새가 있다. 이미지로는 꽃과 싱그럽고 상큼한 열매의 향보다는 나무와 흙, 차가운 온도에서 비롯한 신선한 향일 것이다.

실제로 가을이 되면 흙과 나무 냄새가 난다고 한다. 식물은 가을이되면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에 따라 반응해 다양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방출하는데, 테르펜이라는 화합물은 소나무와 전나무에서 많이 방출돼 상쾌하고 알싸한 냄새를 낸다.

또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나뭇잎이 떨어져 미생물 활동으로 흙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지오스민 이라는 화합물을 방출하는데 화합물질 지오스민과 악티노박테리아같은 미생물이 내는 향이 바로 특유의 흙 냄새다.

바이레도 매출 1위 시장 한국에서 자신감으로 독립… 10년 계약했던 신세계와 결별

스웨덴의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이번에 가을을 맞아 사막의 모래와 나무를 연상케하는 향수를 선보였다. 사막의 새벽이라는 의미를 담은 ‘데저트 던’이다. 니치는 ‘틈새’라는 뜻으로 대기업이 아닌 유명 조향사가 만드는 흔하지 않은 프리미엄 향수를 말한다.

바이레도는 독창적인 향, 직관적이고 단순한 병의 형태, 예술적 가치를 담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2006년 첫 선을 보일 때부터 패션피플들에게 주목받았다. 현재는 딥디크, 조말론과 함께 3대 니치 향수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역시 인기가 높다.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조사기관인 보떼리서치에 따르면 바이레도는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에서 샤넬, 조말론, 크리스찬 디올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무려 지난해 바이레도의 전세계 매출 1위 국가는 한국이었다.

이에 바이레도는 올해 9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10년만의 계약을 종료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봤고 앞으로의 시장도 자신한 것이다.

2014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바이레도와 판권을 계약해 국내 시장에 독점 수입, 유통을 해 왔다. 2022년 바이레도는 스페인의 패션 뷰티 그룹 푸치(Puig)에 인수됐고 푸치는 지난 8월말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한국에 푸치코리아 법인을 세웠다. 앞으로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신세계 면세점, 백화점 등 신세계 관련 유통망을 관리하며 푸치코리아가 바이레도의 전반적인 유통과 운영을 모두 직접 나선다.

지난 24일 바이레도 기자 간담회에서 푸치코리아 르노 디비지아 지사장은 직진출 소식을 알리면서 “한국은 바이레도가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시장이자 잠재력도 높은 시장이며 바이레도의 직진출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뷰티 시장에서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0%에 가까웠지만 최근 5~10% 까지 성장했고 향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향수에 국한돼 있는 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한국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바이레도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이를 바탕으로 향수 뿐 아니라 가방, 액세서리 등 자사의 다른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아티스트와 다른 브랜드 등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레도는 패션브랜드 오프화이트, 미국의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 등과 협업 해 콜라보 제품을 내 놓은 바 있다.

바이레도 데저트던

최고급의 원료를 찾아 최소한으로 조합… 브랜드 정체성 담아 내 놓은 신제품

최상품의 천연재료를 찾아 최소한의 원료를 조합해 만든다는 철학에 따라 바이레도는 자연에 가까운 향을 만든다고 한다.

바이레도는 향수 시장에 첫 제품 ‘그린’을 내 놓으면서 바이레도 설립자 벤 고햄이 떠난 고향을 그리던 중 자연에서 아버지의 향을 담은 냄새를 발견했는데 바로 초록색 완두콩의 냄새였다는 스토리를 담았고 이는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후 바이레도는 향기에 대한 경험, 자연에서부터 얻는 최고급의 단순한 원료 등을 내세우며 브랜드 철학을 이어나가고 있다. 배우 박서준이 애용하는 향수로 알려져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랑쉬’제품 역시 흰색이라는 뜻으로 사랑하는 연인의 순수함을 표현한 향이라고 한다.

이번 선보이는 가을 시즌 한정 제품 데저트 던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푸치는 데저트 던을 “사막에서 맞이하는 새벽의 적막함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느끼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담은 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카다멈과 장미 꽃잎들의 달콤한 향을 시작으로 샌달우드와 시더우드의 따뜻함, 파피루스와 베티버, 실키 머스크가 함께 어우러져 매력적인 잔향이 지속된다. 여기에 스파이시한 노트들이 가미된 우디 베이스의 짙은 잔향이 매혹적인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제품을 시향했을 때 우드와 머스크 향이 가장 인상깊었다. 스파이시한 향도 났지만 오래가지는 않았고 전반적으로 나무향과 꽃, 머스크 향이 주를 이뤘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향이었지만 이내 부드러우면서 편안한 향이 익숙해졌다.

시간이 지나 향이 흐릿해지면서 또 다른 나무와 풀 냄새가 남았는데, 그것을 푸치는 ‘우디 베이스의 짙은 잔향’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코를 찌르지 않는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 향이 포근하면서 마음에 평온함을 주었다. “향기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바이레도의 철학과 맞게 나무와 꽃 식물의 향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두루 어울릴 향이다. 가을에도 잘 어울리지만 사계절 일상에서 쓰기에 손색이 없었다.

향수 전문 플랫폼 프래그런티카에서 사용자들은 5점 만점 중 3.67점을 주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가지고 싶다’고 대답했다.

후기를 남긴 사용자들은 밤보다는 낮에 사용하기 좋고 가을에 가장 어울린다고 답했다. 제품의 향은 매우 강하게 남지 않고 빨리 사라지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했으며 남녀 모두가 어울리는 ‘중성적인’ 향이라고 평했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바이레도 데저트던 오 드 퍼퓸의 가격은 50ml 29만 원, 100ml 39만 원이다.

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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