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곽튜브의 추락, 더 이상 유튜브 면죄부 기대하지 마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9. 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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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튜브의 위기... 유튜버도 갈수록 인성 리스크 커지는 이유
이제 연예인급 영향력, 인기 유튜버에게 요구되는 책임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번 일로 저의 부족함에 대해 많이 느끼고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신중함을 가지겠습니다." 인기 여행 유튜버 곽튜브는 자신의 채널에 장문의 사과문을 내놨다. 두 번째 사과문이었다. 최근 학교폭력과 같은 팀 멤버 왕따 가해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에이프릴 이나은과 함께한 이탈리아 로마 여행기에서 그가 했던 두둔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학폭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했다. 가해자라고 해서 널 차단했는데 아니라는 기사를 보고 풀었다.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주는 것 같았다." 곽튜브는 해당 영상에서 그렇게 말했고, 여기에 이나은은 "진짜 나를 오해하고 차단했다는 게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속상했고 슬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물론 이나은의 학교폭력 논란은 최초 유포자의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누명을 벗었지만, 같은 팀 멤버에 대한 왕따 가해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올린 곽튜브의 영상은 일파만파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가해자를 두둔하는 내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과감하고 어찌 보면 무모한(?) 영상을 올린 것 자체가 곽튜브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은 2차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서둘러 사과하고 영상을 내렸지만 비난이 쏟아졌고 2차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곽튜브는 자신이 겪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그 사실을 고백한 후 곽튜브에 대한 대중적 인기도 급상승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캠페인 공익광고에 곽튜브가 출연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교육부도 이 공익광고를 비공개 처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서 봐야 하는 건, 이제 유튜버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면 책임 또한 커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사실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운 플랫폼이라고 여겨졌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같은 리니어 미디어들은 '공영성'이라는 개념의 영향력으로 인해 제재와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고, 방송 수위나 표현도 제한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 채널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논란들은 이제 이러한 책임이 유튜브에서도 요구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징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5월 피식대학이 겪은 지역 비하 논란에서다. 영양군에서 찍은 영상이 지역 비하 논란에 휘말리면서 피식대학은 구독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피식대학은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채널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니 그만한 책임도 따른다는 걸 이 사태는 보여줬다. 물론 방심위의 제재 바깥에 있지만 구독자 이탈로 나타나는 결과들이 이 영향력과 책임의 상관관계를 말해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도 치열한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 대결 끝에 오킹이 우승하게 되면서 프로그램도 악영향을 받았다. 오킹이 코인 사기 연루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내놓고 홍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었고, 프로그램 공개 전 비밀 유지를 어긴 스포일러 논란이 터지면서 오킹은 계약 위반으로 상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기 유튜버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일련의 논란들은 이제 이들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연예인급으로 높아진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곽튜브의 경우 유튜브만이 아니라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송인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유튜브라고 해서 면죄부를 받거나 혹은 하고 싶은 대로 방송을 하는 시대는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다. 그것이 구독자 이탈 같은 실질적인 논란의 제재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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