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죽음의 전쟁터에 병사 버려” 비판하자… 北 “북한 호칭 말라” 딴소리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전선 배치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러시아도 이 사실을 확실하게 부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북한의 파병을 두고 한반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예민해진 양국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가 열렸다. 한국과 북한은 21일과 22일에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를 두고, 23일에는 한국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거론하며 부딪친 바 있다. 이날은 군축 문제 중 재래식 무기와 관련한 내용이 의제였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오늘 토론 주제 범위에 정확히 해당하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모든 불법적인 군사 협력은 분명히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 의무 위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북한은 1차 발언권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 동맹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우호 협력 관계에 문제를 제기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국은 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은 “오늘 아침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러시아에 북한군이 있다는 보도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면서 “발신자는 부인하는데 수신자는 부인하지 않는 것인데 이상하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보낸 정부(북한)에서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병사들은 이미 북한으로부터 잊혀지고 버림받았지만(Forgotten Forsaken) 불법 행위는 용서해서는 안 되고(but not Forgiven) 반드시 규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북한은 2차 답변권을 신청해 “한국 대표단의 주장은 논평할 가치도 없고 근거 없는 모순”이라면서 “우리나라 이름(the name of my country)을 북한이라고 부른 한국 대표단에 강력히 항의하며 한국 외교관들이 회원국 이름도 모르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김 참사관이 ‘러북 군사 협력’을 말하면서 북한을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지 않고 ‘North Korean(북한)’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군축·국제안보 관련한 회의를 하면서 느닷없이 호칭 문제로 반박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고 했다. 북한군이 버림받았다고 표현한 한국대표부의 발언에 북한대표부가 당황한 모습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외교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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