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밥그릇 챙기네" "내년엔 돌아오나" 이 말에 의대생의 대답

정심교 기자 2024. 10.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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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료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에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유급 시키겠다는 겁박을 멈추고 의대 5년 단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024.10.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 돌아가야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남은 임기 3년 내 진짜로 의대증원책을 밀어붙일 건지요."(의대생 김창민씨)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의대생 김창민(32)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언급했다. 김씨는 건국대 의대 본과 2년생으로,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단체를 대표한 게 아닌 평범한 의대생 중 한 명으로서 이 자리에 나섰다고 했다.

김씨는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의대증원을 졸속으로 일방 추진한 정부를 보며 화가 많이 났다"며 "학생이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수단인 '휴학계 제출'까지 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지난 6일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더는 함구할 게 아니라 표면으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는 6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결국 의과대학 학생들의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내년도 1학기에는 복귀할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휴학 허용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제적 처리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8월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료 개혁'과 관련해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교육부는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혹은 유급이라며 겁박했다"며 "어째서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이 학생들을 향해 이러한 강요와 협박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의 이들 발언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라고 한 발언도 곱씹어 봤다"며 "의대생을 국가 보건의료에 기여할 인재로 존중하지 않고 그저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항 세력으로 치부해 나온 말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창민 건국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료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에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유급 시키겠다는 겁박을 멈추고 의대 5년 단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024.10.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교육부는 내년에 학생들이 복귀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력 양성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행 6년제의 교육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단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보건복지부와 의사 국가시험, 전공의 선발 시기 유연화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내년 의사 수급이 걱정된다면서 6년의 교육 과정을 5년으로 단축한다는 발언은 의대 교육을 받아보지 않고, 현장 경험도 없이, 탁상공론 주먹구구식의 행정"이라며 "양질의 교육을 망치는 정부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교육부 장관은 자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기적이다', '어린애들이 벌써 밥그릇 챙긴다'는 민심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김씨는 "우리는 밥그릇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매일 잠 못 자가며 매주 시험 치르던 순수한 의학도였을 뿐"이라며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휴학계를 낸 건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카드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언제 돌아갈 계획인가'에 대해 묻자 그는 "지금으로선 복학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 장관의 사과가 먼저"라며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복학할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가장 궁금한 건 정부의 속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남은 임기 3년 내 진짜 이렇게 졸속으로 의대증원책을 추진하고야 말건지"라고 언급했다.

올해 본과 2학년생인 김씨는 필수의료과 중에서도 '기피과'를 가고 싶어 했다고도 밝혔다. 휴학계를 낸 후 공부와 운동, 자기계발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필수의료과에 몸담았던 선배(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한다면 복학을 꺼리는 의대생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의대증원 이후 수업의 질이다. 김씨는 "정부가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시설을 늘린다고 해도 당장 내년부터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증원한 인원을 수용할 강의실조차 없다. 서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건국대 의대)만 해도 6명이 한 조였지만 증원 후엔 10~12명이 한 조를 이룬다"며 "실습 인원이 6명에서 12명으로 늘면 실습할 병실이 의대생들로 꽉 찰 것이고, 교수들과 소통이 불가능할 것이다. 병실의 환자에게도 불편감을 줄 것"이라며 "(병원 현장을 와보고서나 정책을 세우기를 바란다"고 정책 입안자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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