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혀 먹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 '양태'

일반적으로 고급 생선이라고 하면 회로 즐길 수 있는 어종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회는 재료 자체의 질감과 지방, 그리고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당히 있고 오래 살아 있는 생선일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광어, 도미, 참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생선이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건 아니다. 어떤 생선은 회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않지만, 익혀 먹었을 때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 단단한 식감이 익힘 요리에 더 적합한 생선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생선도 그런 부류다. 살점은 단단하고 기름기는 적지만, 구이나 찜, 탕으로 조리하면 은근한 감칠맛과 깔끔한 뒷맛이 살아난다. 회로 먹었을 땐 고급 어종에 비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익히면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이처럼 조리 방식에 따라 가치가 뒤바뀌는 생선, '양태'에 대해 알아본다.
등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양태'

지역에 따라 장대나 장태, 낭태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양태는 쏨뱅이목 양태과의 바닷물고기다. 주로 인도양과 서부태평양의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에서 잡힌다. 서식지는 수심 20∼200m의 바닥이 모래와 진흙으로 된 연안이며, 크게 이동하지 않는다. 강 어귀에서도 자주 발견되며, 어린 개체는 민물에서도 서식한다.
성체 기준 몸길이 100cm까지 자라는 이 생선은 몸이 상하로 납작하고 길며, 배 쪽이 완전히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다. 몸의 등쪽은 갈색이나 회색을 띠며 배쪽은 흰색이고, 머리와 몸 옆구리에는 검은색의 작은 반점들이 흩어져 있다. 꼬리지느러미 중앙에는 검은 띠 하나가 수평으로 나 있으며, 그 아래 위로 비스듬히 뻗은 두 줄의 검은 띠가 있다.
몸은 가시처럼 생긴 작은 빗 모양 비늘로 덮여 있고, 이 비늘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머리~등 부분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다수 노출돼 있고, 눈의 바로 아래와 아가미 주변에도 가시가 있다. 이 가시에는 독이 있어, 찔리면 그 부위가 붓고 통증이 심해 주의해야 한다.
양태는 자라면서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을 해, 길이 20cm 이하는 모두 수컷이고 50cm 이상은 암컷만 있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작은 어류, 새우, 게 등을 주로 먹으며, 오징어, 낙지 등을 잡아 먹기도 한다.
익혀 먹을 때 더 맛있는 '양태'

양태는 6~8월에 가장 맛이 좋은 제철 생선이다. 살은 굉장히 단단하고 담백한데, 기름기가 없어 고소한 맛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뼈가 워낙 단단하고 굵어 살을 발려내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익혀 먹을 때 쫀득한 식감이 살아나며, 생선회보다는 매운탕, 찜, 소금구이 등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입맛이 없는 여름철엔 양태 소금구이를 해 먹어도 좋다. 양태는 갓 잡은 신선한 상태에서 요리해도 맛있지만, 살짝 말려 반건조 시킨 뒤 먹으면 그 맛이 한층 진해진다. 염장해 12시간 정도 말린 양태를 구우면, 쫀득한 식감과 간간한 맛으로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운다.
양태의 진가는 흔히 지리라고 부르는 맑은탕을 끓일 때 드러난다. 보통은 맑은탕을 끓일 때 멸치 다시마 육수를 사용하거나 인공조미료를 넣지만, 양태 맑은탕은 굵고 단단한 뼈에서 국물이 우러나와 진한 감칠맛을 낸다. 이때는 뼈에 붙어있던 살점도 적당히 포슬포슬하게 풀어져,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특히 좋은 '양태'

이런 양태의 담백한 맛과 단단한 식감은 풍부한 단백질에서 오는데, 단백질 함량에 비해 지방과 열량이 모두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생선이다.
양태에는 인과 칼륨, 베타카로틴 등 임산부나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도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임산부와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바닷물고기답게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혈액순환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좋다.
다만 해산물이기 때문에 중금속 축적 가능성도 있어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중금속이 축적된 양태를 과다 섭취할 경우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한 신선한 양태를 골라 먹어야 한다.
또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생선이기 때문에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두드러기, 호흡곤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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