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6일간 19國과 정상회담…美 포위 맞서 세력 규합 나서
지난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6일 동안 19국 정상과 연쇄 양자회담을 했다.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맞서 세력 규합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16일 한국·미국·프랑스·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세네갈·아르헨티나·스페인·인도네시아·이탈리아 등 11국 정상과 만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태국 방콕에서는 17~19일 필리핀·싱가포르·일본·칠레·브루나이·파푸아뉴기니·뉴질랜드·태국의 정상과 잇달아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번 연쇄 회담에서 갈등을 빚고 있거나 관계가 멀어진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중 관계는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15일)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17일)와의 만남에서는 실용적인 경제 협력을 제안했다. 최근 3각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의 정상들과 만나 중국 견제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중국 역할론’ 요구에도 회담 후 발표문에서 북핵 등의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다.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호주의 정상과도 만났다. 15일 시 주석은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만나 관세, 인권 등 문제를 논의하고 “호주와 중국 간에 근본적 이해 충돌은 없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인도의 모디 총리와는 양자 회담을 갖지 않았지만,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연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눴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세력 규합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 주석은 샤를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 등 유럽연합(EU)의 지도자를 만나는 대신 개별 유럽 국가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프랑스와 EU가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대중 정책을 계속 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에게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노선을 따르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네덜란드 정상과의 회담에서는 “네덜란드가 개방과 협력에 대한 유럽의 약속을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를 따르지 말고 중국에 핵심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외교 텃밭인 아프리카연합(AU)의 의장국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는 회담을 통해 관계를 강화했다. 외신들은 세네갈이 작년에 개최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시 주석 불참으로 각료 회의로 강등되는 등 중국과 세네갈의 관계가 멀어지는 상황에서 회담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 전체 발언에서 AU가 EU처럼 G20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시 주석의 정상외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해외 순방은 물론 외국 손님과 직접 만나는 것도 대부분 피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중앙아시아 우호국 순방을 시작으로 외국 방문을 재개했고, 3연임 확정 이후에는 공고해진 내부 권력을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반중 전선에 대항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중국이 각국에 이익을 약속하며 구애하기 시작하면 유럽 국가 등이 반중 전선에서 입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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