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코 입술을 깨물고, 벗겨진 살을 손이나 이로 뜯어내고, 피가 날 정도로 만지는 행동.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이 습관은 때때로 ‘신경질적인 버릇’쯤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입술을 자주 뜯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왜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할까? 최근 심리연구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입술 뜯기는 ‘자해 아닌 자해’의 시작점
입술을 뜯는 행동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엔 자기 조절의 어려움과 내면 스트레스가 숨어 있다. 감정적으로 불안할 때, 혹은 집중이 흐트러졌을 때 손이나 입이 먼저 반응하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자극하는 것이다. 입술이라는 부위는 피부보다 민감하고 통증에 예민하기 때문에, 자극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며 뇌가 이를 일종의 ‘해소’로 인식한다.
하버드 의대의 임상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반복 행동을 신체집중반복행동장애(BFRB)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는 머리카락을 뽑거나 손톱을 뜯는 행동과 유사하며, 그 뿌리에는 감정적 긴장, 불안, 강박, 낮은 자존감 같은 심리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입술이 말한다
입술 뜯는 습관은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가 아니라, 말하지 못한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심리 언어’다. 사람은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할 때 몸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 중 하나가 입술이다.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사람일수록, 자기표현에 서툰 사람일수록 이런 행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긴장하거나 혼날까 봐 감정을 숨겨야 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혹은 완벽함을 강요받으며 자존감을 외부 기준에 맞춘 이들이 특히 이런 습관을 보이기도 한다. 입술은 말을 내뱉는 신체기관이자, 가장 바깥에 드러난 피부이기 때문에 불안과 억압을 동시에 표현하는 창구가 된다.
이 습관, 방치하면 심리뿐 아니라 신체에도 해가 된다
입술을 계속 뜯다 보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상처가 생기고, 염증이 생기며, 미관적으로도 위축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입술 뜯기가 심한 사람 중엔 대인관계에서 자신감 저하, 불안 회피, 자책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더 나아가 상처가 낫기도 전에 반복적으로 같은 부위를 손대면, 만성적인 염증이나 색소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습관이 강박적으로 발전하면 일상생활까지 침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평온한 환경에서도 자동적으로 입술을 만지고, 상처가 나도 계속 반복하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심리상담이 권장될 수 있는 단계다.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감각 대체와 감정 인식 훈련
입술 뜯기를 멈추는 첫 단계는 ‘내가 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언제 입술을 만지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손이 가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입술 대신 만질 수 있는 감각 대체 행동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작은 촉감 공, 손톱깎기 대신 손톱 정리용 파일, 립밤을 자주 바르며 감각을 돌리는 방법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다. 입술을 뜯고 싶을 때, “지금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해보자. 자기표현이 늘수록 몸의 과잉 반응은 줄어든다.
입술이 보내는 신호, 몸이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
입술을 뜯는 습관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마음속의 스트레스와 억눌림이 숨어 있다. 멈추고 싶지만 멈추지 못했던 순간들, 그 원인을 단순한 의지 부족으로 돌리지 말자. 우리의 몸은 언제나 말보다 먼저 반응한다. 이제는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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