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영희는 오랜 시간 브라운관을 지켜온 베테랑 연기자지만, 그 삶엔 누구보다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드라마 속 역할로만 그녀를 기억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의 삶은 때로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 드라마 같았다.

20년 전 어느 날, 골프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던 나영희는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
뒷좌석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낯선 청년이 올라탔다. 놀랄 새도 없이 옆자리에서 또 다른 남성이 칼을 들이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그녀는 이미 그 순간, ‘이제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를 납치한 건 20대 초반의 청년 네 명. 청담동에서 한낮에 벌어진 일이었다.
차량 안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천이 씌워졌고, 무려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되어 이곳저곳을 끌려다녔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그녀는 납치범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너희들, 왜 이런 짓을 하니?”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유흥비가 필요해서였다고.
나영희는 오히려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 너희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 같았다.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뜻밖의 위로에, 차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더불어 백지연은 강도 네 명의 얼굴을 끝까지 쳐다보지 않는 선택을 했다.
“혹시라도 내가 납치범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되면, 그 기억이 또다시 나를 위협할까 봐... 스스로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신용카드 두 장을 건네며,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수원의 어느 길가에 조용히 내려졌고, 납치범들은 떠났다.

트라우마는 오래갔다.
10년 넘게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지 못했고, 택시조차 두려워졌다. 지금도 기억은 선명하다.
“그 순간엔 담담했는데, 막상 풀려나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영희의 죽을 고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1995년 6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나영희는 딸과 함께 백화점 안에 있었다.
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중, 유독 무더운 실내 공기에 불쾌함을 느꼈다. 답답함에 발걸음을 돌렸고, 우연히 있었던 약속 덕분에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단 두 시간 뒤, 건물이 무너졌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나영희는 딸과 함께 목욕을 하다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부터 상상이 시작됐다. ‘그 안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상상은 멈추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고통 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딸과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그 손을 놓쳤다면 어땠을까.”

나영희는 말한다. 지금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그 모든 순간, 살아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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