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협상안에 “동결자산·제재·해상봉쇄 풀어달라”…“공격” 트럼프에 “외교” 촉구
이란 외무차관, 의회 국가안보위원들 만나 설명
“평화적 핵 권리 강조, 레바논 포함 모든 종전”
“동결자산 반환·유엔제재 철회·해상봉쇄 해제”
주변 미군철수도…강경파에 “원칙 고수” 해명
트럼프 “걸프국 정상 요청에 공격 2~3일 보류”
“이란 핵무기 못 갖는 합의면 만족” 단서 달아
이란 행정부 “대화=항복 아냐, 진지한 외교중”
선 종전-후 핵협상 사전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란 지도부가 다시 14개 조항으로 미국에 전달한 새 협상안에 핵무기 개발 의혹에 따른 동결자산·자금 방출과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밖 해상봉쇄 해제, 미군철수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한국시간 19일 새벽 보도에서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법무국제담당 차관이 최근 이슬람자문회의(입법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대미 협상 경과와 최근 동향, 결정사항 등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차관은 ‘협상팀과 의사결정자들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란 의회에 대미 협상 자체에 부정적인 강경파가 주류를 이룬 영향으로 보인다.
![2019년 11월 당시의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담당 차관.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9/dt/20260519174449966fzni.png)
회의에선 이란-미국 협상 최신 상황뿐만 아니라 최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참석한 인도 개최 브릭스(BRICS) 외교장관 회의 보고,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의 이란 방문 목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의회 국가안보위 측에선 미국 측에 제시된 이란의 제안, 이란 협상팀 구성원 및 의사결정권자들이 체제의 권위와 국익을 보장하는 원칙과 틀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평화적 핵활동 권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보장 ▲레바논(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선 전쟁 종식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 ▲이란 (동결)재산 및 자산 반환 ▲미국의 전쟁 피해복구 지원 ▲모든 ‘일방적’ 제재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철회 ▲이란 주변 지역 미군 철수 등이 이란 측이 최근 제안한 주요 내용에 포함됐다고 의회 안보위에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회의 후반에는 안보위 의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가리바바디 차관이 답변하며 질의응답이 이뤄졌다고 IRNA는 전했다. 범아랍권 방송 알 자지라는 19일 오후 IRNA를 인용해 “이란 외무차관은 최근 미국에 제시한 이란의 제안에 제재 해제, 동결 자금의 해방, 그리고 봉쇄 종료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타전했다. 반정부 성향 이란인터내셔널도 이란 측의 제재완화·해상봉쇄 요청을 주목해 보도했다.
앞서 18일(현지시간) 오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계열의 준관영 타스님 통신은 대미협상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이란이 최신 문서를 14개 조항으로 작성해 파키스탄 중재자를 통해 전달했다”며 “미국 측은 최근 이란이 이전에 보낸 14개항 문서에 대한 답변으로 1개 문서를 보내온 바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이란도 최근 몇주간 계속돼 온 문서교환 절차에 따라, 일부 수정을 거친 뒤 자신(자국)의 문서를 다시 14개항으로 구성해 파키스탄 측 중재자에게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타스님 통신은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의 새로운 문서는 전쟁 종료를 위한 협상 문제와 미국 측의 신뢰 구축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미 동부 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으로부터 내일로 예정됐던 이란 이슬람공화국에 대한 군사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공격 보류’ 결정을 알렸다.
그는 “그들의 의견으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동 모든 국가, 나아가 그 이외 국가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합의엔 중요하게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군 수뇌부에 19일로 예정됐던 대이란 공격을 실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도 “나는 또한 그들에게, 만약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즉각 이란에 대한 전면적이고 대규모 공격을 진행할 준비를 하라고 추가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걸프국 정상들로부터 2~3일 정도 공격 연기를 요청받았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만족할 것”이라면서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지만 실제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리는 이미 매우 큰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며 합의 불발 시 대규모 군사행동을 암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P·EPA=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9/dt/20260519174451416urpn.png)
이란 정부에서도 불안한 휴전 파기보다 외교에 무게를 싣는 입장이 나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X를 통해 “대화는 항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존엄과 권위, 국민의 권리를 지키며 대화에 임하며 국민과 국가의 합법적 권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논리와 전력을 다해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이란의 이익과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기구 소유의 메흐르 통신을 비롯한 준관영 매체들은 이같은 대통령 입장을 보도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전날(18일) 테헤란을 찾은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란이 외교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이 방어태세 강화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메흐르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은 긴장 고조를 막고 외교를 진전시키기 위한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을 평가했지만 ‘미국의 모순적이고 과도한 요구’가 외교의 주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며 대미 불신에도 불구하고 외교에 참여한 것을 “책임있는 접근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크비 장관은 파키스탄 정부가 이란과의 전방위 관계 확대에 특별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지도부)의 외교적 노력이 지역 평화와 안정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