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GM] 대중형 ‘쉐보레 전기차’ 포기…값비싼 GMC·캐딜락 전념

2022년 10월에 열린 '대구국제모빌리티엑스포' LG엔솔 부스에 전시된 GMC 허머 EV /사진=조재환 기자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쉐보레 볼트 EV와 이쿼녹스 EV 등 사실상 대중 모델로 여겨지는 전기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판매가격이 최소 2억원을 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와 북미 판매가격 기준으로 1억3000만원 이상인 GMC 허머 EV 등 고가·대형 전기차 판매에 전념할 방침이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이쿼녹스 EV의 국내 출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의 ‘거짓말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17일 허머 EV 출시 예고를 위한 포토존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19~28일 서울 성수·강남·한남 일대에서 차량을 직접 이동 전시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릴 계획이다.

허머 EV는 한국GM이 제시한 2026년 신차출시 계획의 일부다. 이달 15일 인천 청라에서 열린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에서 한국GM은 2026년 GMC 브랜드 3개 차종과 뷰익 1개 차종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전했다.

허머 EV는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후 같은 해 10월 '대구국제모빌리티엑스포'에서도 등장해 주목받았다. 당시 전시는 LG엔솔이 제작한 파우치형 배터리셀이 허머 EV에 탑재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었다. 허머 EV의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약 502~507㎞다.

2022년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2' LG엔솔 부스에 국내 최초로 배치됐던 GMC 허머 EV. 당시의 모델은 픽업 사양이다. /사진=조재환 기자

2022년 국내 공개 당시만 해도 허머 EV 출시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올해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국내 판매가 시작되면서 한국GM이 허머 EV를 전략 카드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허머 EV의 국내 성과는 2026년 말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쉐보레다. 쉐보레는 △볼트 EV △이쿼녹스 EV △블레이저 EV △실버라도 EV 등 총 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췄지만 이 가운데 국내에 정식 판매되는 모델은 없다. 특히 2세대로 부활한 신형 볼트 EV는 10월9일 최초 공개돼 2026년 초 북미 시장에 인도될 예정이지만 국내 도입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블로터> 취재에 따르면 한국GM은 부평공장 내부에서 최소 3대 이상의 이쿼녹스 EV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가용으로 등록돼 파란색 정식번호판이 부착됐다. 흰색 바탕의 임시번호판이 달린 전기차를 시험운행하는 국내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쉐보레 이쿼녹스 EV가 5월24일 서울 구로구의 한 마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사진=조재환 기자

비자레알 사장은 2024년 신년 간담회에서 이쿼녹스 EV의 국내 출시를 약속했지만 1년이 넘도록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번호 조회 시스템 ‘자동차365’를 확인한 결과 이들 차량은 올해 2월과 4월에 등록됐지만 한국GM은 국내 출시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비자레알 사장은 이쿼녹스 EV 출시 불발과 관련한 질문에 “홍보팀에 물어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GM 미국 본사와 한국사업장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비자레알 사장의 거짓말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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