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니] 고추장으로 ‘K-맛’ 입힌 맥도날드⋯ 아시아 13개국 가는 ‘고추장 버터 버거’
한국맥도날드 기획·주도 캠페인⋯ 亞 13개 마켓 순차 전개

고추장이 국경을 넘은 지는 꽤 됐다. 해외 SNS에서는 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거나 고추장을 활용한 요리를 만드는 영상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매운맛 챌린지의 단골 소재가 된 지도 오래다. 그 고추장이 버터를 만났다. 한국맥도날드가 개발한 ‘고추장 버터 소스’가 버거를 넘어 아시아 13개국 맥도날드 매장으로 향한다.
고추장과 버터. 한쪽은 맵고 강렬하고, 다른 한쪽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선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재료를 한데 섞은 것이 이번 한국맥도날드의 승부수다. 지난 17일 출시된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와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를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접 맛봤다.


◇ 버터의 고소함에 고추장 ‘톡’
버거 봉지를 열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고추장의 매콤한 향이 아니었다. 의외로 버터향이 먼저 코끝을 파고들었다. 뒤이어 은은하게 올라오는 고추장 향이 버터의 고소함과 겹쳤다. 이름만 보면 ‘고추장’이 강하게 느껴질 것 같았지만, 첫인상은 오히려 부드러운 버터에 가까웠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고추장 버터 소스’다. 한국적인 매운맛을 강하게 살리기보다는 버터를 더해 맥도날드 버거에 어울리는 맛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한입 먹어보니 고추장의 매운맛이 확 치고 올라오지는 않았다. 버터의 고소함이 입안을 먼저 감싸고, 씹을수록 고추장의 매콤함이 뒤에서 따라오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고추장 소스’라고 해서 매운맛을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두 제품 모두 ‘고추장 버터 소스’를 공통으로 사용하지만, 실제 맛의 방향은 꽤 달랐다. 같은 소스를 쓰더라도 어떤 치킨 패티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버거 전체의 인상이 달라졌다.


◇ 맥크리스피는 부드럽게, 맥스파이시는 더 선명하게
먼저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를 맛봤다. 통닭다리살로 만든 케이준 패티에 고추장 버터 소스와 콜비잭 치즈를 더한 제품이다. 브리오쉬 번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풍성한 조합을 완성했다. 베어 물면 닭다리살 패티의 육즙과 바삭한 식감이 먼저 느껴지고, 이어 고추장 버터 소스의 살짝 매콤한 맛이 올라온다.
크리스피 튀김옷은 자칫 느끼함으로 흐르기 쉬운데, 그 위를 고추장 소스가 덮으면서 균형을 잡아준다.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건 이 소스 덕이다. 맥스파이시 쪽과 비교하면 확실히 담백한 인상. 닭다리살 특유의 풍성한 육향과 고추장 버터 소스가 어우러지면서 전체적으로 둥글게 마무리되는 맛이었다.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는 분위기가 달랐다. 매콤한 닭가슴살 패티에 같은 고추장 버터 소스와 콜비잭 치즈를 조합했다. 닭가슴살 패티가 상대적으로 담백하다 보니 소스의 존재감이 훨씬 선명했다. 맥크리스피에서는 패티의 육즙과 튀김옷에 고추장 버터가 자연스럽게 섞였다면, 맥스파이시에서는 고추장 버터의 매콤하고 고소한 맛이 한층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매운맛도 두 제품 가운데서는 맥스파이시가 확실히 강했다. 그렇다고 혀가 얼얼하거나 먹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맵다’기보다는 담백한 닭가슴살 패티 위에서 고추장의 풍미가 보다 또렷하게 살아나는 정도다.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갈릴 만한 지점이다.

패티는 달라도 치즈는 같다. 두 버거 모두 콜비잭 치즈가 들어갔는데, 치즈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치즈 특유의 짠맛이나 진한 풍미가 별도로 느껴진다기보다 전체적인 맛을 이어주는 역할에 가까웠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치즈 맛이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제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먹어보니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추장과 버터라는 이미 존재감이 강한 조합에 치즈까지 강하게 들어갔다면 맛이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치즈의 존재감이 크지 않아 고추장 버터 소스와 치킨 패티의 조합이 더 또렷히 느껴졌다.
고추장 버터 소스는 버거에만 넣은 것도 아니다. 맥너겟이나 후렌치 후라이 등에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소스로도 출시됐다. 후렌치 후라이와 맥너겟을 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고추장의 매콤함이 뒤에서 받쳐주면서 느끼함을 어느 정도 잡아줬다.


◇ 한국에서 만든 ‘고추장 버터’, 아시아 입맛에 맞게 달라진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말부터 김과 닭갈비 등 다양한 한국적 소재를 검토한 끝에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친숙하면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소재로 고추장을 선택했다. 신메뉴는 한국맥도날드가 기획 단계부터 주도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3개 마켓에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캠페인의 시작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스는 마켓마다 다르게 만들어졌다. 같은 ‘고추장 버터 소스’를 모티브로 삼되 각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매운맛과 풍미, 질감 등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면서 소비자 취향을 배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아시아 전체를 타깃으로 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자는 방향에서 시작했다”며 “마켓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이 다른 만큼 각 시장의 취향에 맞춰 조금씩 다르게 개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국의 소스를 비교해보니 맛의 차이가 분명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소스는 한국 제품보다 질감이 좀 더 크리미하고 고소했다. 한국 고추장 버터 소스는 버거와 함께 먹었을 때 가장 균형이 좋았다. 고추장의 매운맛을 무작정 끌어올리는 대신 버터의 고소함과 치킨 패티의 풍미 사이에서 매콤함을 조절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함께 맛본 홍콩용 소스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패키지에 한글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는 가수 지드래곤을 모델로 내세우고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해 하트 로고와 데이지 디자인을 제품과 매장 패키지에 적용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점을 언급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요즘 아시아 마켓에서는 한글이 들어가야 더 잘 판매된다”며 “현지 매장에 가면 ‘GD 사랑해’ 같은 문구를 일부러 넣고, 포스터에도 고추장 소스 등 한글 표기를 쓴다”고 말했다. K팝과 패션까지 한국적인 요소를 하나의 캠페인 안에 묶은 셈이다.
가격은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가 단품 7500원, 세트 9000원이다.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는 단품 8500원, 세트 1만원이다. 고추장 버터 소스는 별도로 600원에 판매된다. 맥크리스피의 가격이 더 높은 것은 통닭다리살 패티와 브리오쉬 번 등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고추장 버터 버거 2종은 일단 한정 메뉴로 운영된다. 다만 각국에서 진행되는 캠페인 기간은 시장별로 다르며,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상시 메뉴 전환도 검토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추장이 SNS를 타고 해외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스로 떠오른 지 오래인 만큼, 이번 캠페인이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한국에서 만든 하나의 소스가 각기 다른 패티와 만나 서로 다른 맛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이번 두 버거를 비교해 먹는 재미였다.
신단아 기자 shindan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