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대통령 ‘X 계정’ 전수조사…‘신호’와 ‘소음’ 사이, 아슬아슬한 SNS 정치
뉴스 공유는 다음이 네이버 7배…퇴근 시간대 집중, 새벽 포스팅도 28건
장특공제·이스라엘 충돌 논란까지…“내각은 안 보이고 당·청 조율 부담”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일어나, 대통령이 SNS 했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X(옛 트위터) 활동을 꾸준히 늘리자 최근 온라인상에는 이런 내용의 글과 그림이 떠돌았다. 밤 9시, 새벽 1시, 아침 6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올라오는 이 대통령의 X 메시지에, 24시간 가동 중인 정치권 상황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새벽에 예고 없이 올라온 이 대통령의 X에 급히 대응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와 관련해 직접 소통을 추구하다 보니 '전언 정치'의 오해를 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X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취임 후 약 4개월 동안은 매달 20~40건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매달 60~80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3월 동안에는 88건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물 내용도 점차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반에는 일정 및 성과 발표 위주로 글을 올렸지만, 이제는 이 대통령의 개인 사정이나 입장을 드러내는 창구가 되고 있다. 가령 지난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데 대해 '조폭설과 대장동 사건만 아니었어도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민의힘에 해당 의혹과 관련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X는 부동산과 외교·안보 등 중요한 정책 노선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도 쓰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4월18일 장특공제를 폐지하면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야권의 주장을 반박하며 단계적 제도 폐지를 시사해 정치권에 화두와 혼란을 동시에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는 이스라엘군 관련 영상을 공유하고 국제인도법 준수를 촉구해 이스라엘 외교 당국과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대 처음으로 대통령이 자신의 X를 직접 국정운영의 1호 창구로 활용하면서 '대국민 소통'이 늘어나는 동시에 '국정 리스크'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반응 뜨거운 주제는 정치·사법 메시지
뉴노멀이 된 이 대통령의 'SNS 정치'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시사저널은 지난해 6월4일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약 10개월간(4월23일 오전 기준) 공식 X 계정(@Jaemyung_Lee)에 올린 게시물 총 520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방식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 x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그록(Grok)을 이용했다. 이 대통령의 X에 게재된 포스트를 스크롤링해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이를 코멧(Comet)으로 주제별·시간대별·감정별(긍정·부정·중립) 기준을 나눠 분석했다. 또 X 게시물마다 좋아요 수와 조회 수를 확인해 주제별 반응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단, 그록 API 인덱싱 특성상 실제 게시물보다 10~20개가량 누락이 있을 수 있다.
조사 결과, 외교·정상회담 관련 게시물이 전체의 30.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활발하게 X에 글을 올리는 시간대는 저녁 6~9시로, 전체 게시물의 3분의 1이 집중됐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이 대통령이 X에 공유한 포털사이트 뉴스는 다음(102건)이 네이버(14건)의 약 7배로, 기사를 확인할 때 다음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취임 7개월 차부터 본격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공유했다. 이 외에도 국정 홍보 영상이나 쇼츠 등 유튜브 공유 게시물은 76건에 달했다.
이 대통령의 'X 패턴'을 분석해 보면,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①이 대통령 스스로는 X를 외교 등 국정의 홍보 채널로 적극 활용 중이다. 동시에 ②팔로워를 포함한 지지층 참여도(좋아요·조회 수 등)는 정치·사법 관련 이슈에서 가장 높았다.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 역시 댓글 등 X의 여론을 적극 참고해 정책 방향성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③취임 이후 이 대통령의 X 활동이 늘어날수록 월별 평균 좋아요 및 조회 수 등의 반응도 커지는 추세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X가 단순 홍보 채널을 넘어 여론 형성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숫자로 보면, 외교·정상회담 관련 게시물(158개)이 경제·민생(70개), 사회·안보(48개)를 합친 수치보다 더 많았다. 문화·기념(45개)과 부동산(41개), 정치·사법(40개) 관련 글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교 게시물에 달리는 평균 좋아요 수도 6669개로 전체 평균(5966개)보다 많았다. 취임 후 올린 게시물 중 '좋아요 1위' 역시 올해 1월13일 게재된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드럼 합주를 하는 사진이었다. 여기엔 무려 12만8550개 좋아요가 달렸다. 이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 "박자는 조금 달라도 리듬 맞추려는 마음은 같았던 것처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도 한마음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네티즌이 가장 많이 반응하는 주제는 '정치·사법'이었다. 관련 게시글엔 평균 7444개 좋아요가 달려 전체 평균보다 24%가량 많았다. 조회 수도 가장 많이 나왔다. 4월11일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 저격 이후 논쟁이 불거지자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입니다"라며 올린 글은 무려 조회 수 932만9833회를 기록했다. 이튿날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며 다시 올린 글은 정치·사법 관련 게시글 중 최다 좋아요 수(3만5206개)를 기록했다.
정치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이 대통령이 다른 글에 비해 직설적인 화법을 더 자주 사용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정치 게시물을 올리는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아도, 반응이 가장 뜨거운 이유다. 이 대통령의 전체 게시물 가운데 긍정(59.9%) 게시물은 외교 성과와 경제 지표에, 부정(15.9%) 게시물은 안보 위협이나 정치·사법 이슈에 집중됐다. 나머지는 일정 안내 등 중립(24.2%) 게시물로 분류됐다.
특히 여야 격돌이 큰 민감한 현안일수록 이 대통령 팔로워들의 적극적인 동조나 반발이 참여 지표를 끌어올려 논쟁이 펼쳐졌다. 실제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초반엔 당내 강경파에 제동을 걸다가 끝내 수용한 배경도 댓글 등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온다.

李 "국힘, 조폭설 퍼뜨려 대선 이겨" 사과 요구
이 대통령의 X 활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특유의 '칭찬 정치'와 '과감한 새벽 메시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먼저 참모의 성과를 거론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공유해 간접적으로 칭찬하고 정책 집행력을 독려하는 '리트윗 정치' 패턴이 뚜렷하다. 이는 X를 청와대 내부 지시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연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면서 여당 서울시장 최종 후보 자리까지 입김을 불어넣거나, 경선 경쟁자였던 박주민 의원의 의료 개혁 성과를 거론하며 칭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과감한 표현을 써가며 메시지를 발산하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1월30일에는 캄보디아어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표현을 올렸다가 캄보디아 측 문의에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에도 "매국노" 발언이나 "국민의힘이 20대 대선을 훔치게 한 공로자들에게 뭔가 보상했을 것"이라는 등 추측성 발언까지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청와대 공식 채널에서는 찾기 어려운 직접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면서, 오피니언 리더로서 존재감이 커지고 강한 바이럴 효과가 생겼다.
무려 28건의 게시물이 새벽 0~5시 사이에 올라온 점도 비슷한 효과다. 이 대통령은 주로 저녁 시간대에 글을 올리지만, 부동산 정책이나 이스라엘 비판 관련 후속 글의 경우 새벽 시간대에 포스팅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관심이 많은 이슈에 대해선 참모진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요일별 게시물 수를 분석해 보면 국무회의 및 현안 발표 등 공식 일정이 몰려 있는 평일 중에서도 수요일(108개)에 가장 많이 올라왔다. 가장 적은 날은 토요일(41개)이었다.

"당국은 李 SNS 따라가기 급급" 지적도
이 대통령은 왜 이렇게 SNS 정치에 집중할까.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SNS 활용도가 높아 변화된 정치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소위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도 이런 전략을 통해 확대됐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SNS 소통은 '대통령이 일을 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됐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나 국무위원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SNS 정치가 국무회의 생방송처럼 공무원 사회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빠르고 적극적인 행정을 독려하며, 국민과의 소통으로 더 열린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는 얘기다.
반면 부정적 영향도 상당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내치를 넘어 외치에까지 파급력이 생기는 중요한 국정 자원인데, 정제되지 않은 거친 메시지로 인해 국정 동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행정이 내각이나 총리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국정의 우선순위를 흐리게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불거진 '장특공제 폐지' 논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거론되면서 여당·정부·청와대 간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치고 빠지기' 행정이 반복되면, 정부가 이를 뒷수습해야 하며 여야 갈등은 더 커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시사저널에 "대통령이 SNS를 소프트 소통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정책 및 외교 메시지를 마치 음식을 평가하듯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로 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여당 입장에서도 대통령이 던진 화두를 부인하기도, 무작정 따라가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먼저 화두를 던질 순 있지만, 이스라엘 논란처럼 스스로 사안을 아예 규정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까지는 대통령 지지율도 높고 야당이 미약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이런 행태가 지속되면 국정운영에 좋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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