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항공여행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OAG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 4월부터 9월 사이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7~8월 여름 휴가철 성수기 예약까지 크게 줄어들면서, 관광 수요 회복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AG에 따르면 2024년 3월과 2025년 3월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편 예약은 71~76% 줄었다. 항공사들도 이미 대응에 나섰다. 양국 간 노선에서 약 32만 석의 좌석 공급이 사전 조정됐는데, 수요 감소에 따른 빈 좌석 운항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급감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여행협회(UST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을 찾은 캐나다 관광객은 약 2040만 명으로, 미국 전체 해외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캐나다 관광객이 미국 내에서 지출한 금액은 약 297억 3000만 원(205억 달러)에 달하며, 14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지탱해 왔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 수요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최대 1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감소와 20조 원 이상의 관광 수입 손실, 그리고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급감의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요인 외에도 복합적인 정치·외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캐나다 정부가 보복관세를 도입했고, 이에 따라 미국산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캐나다 내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다. 일례로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모델의 약 25%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부품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캐나다는 관세 보복 조치로 테슬라 제품에 대해 보조금 제외 및 100%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발언이 캐나다 내에서 강한 반감을 일으켜, 미국 여행을 기피하는 심리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입국 심사 과정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변호인 접견 없이 장기간 구금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캐나다 시민이 명확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억류됐던 사건도 발생했다. 개별 사례가 안전 우려로 직결되며, 관광 입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훼손된 국가 간 신뢰 회복에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광산업이 단지 여행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지닌 만큼, 그 충격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뉴욕, 텍사스 등 주요 관광 주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 내 자영업자 매출 감소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항공여행 급감은 단순한 통계가 아닌,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