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마약왕' 실제로 만나본 현지 교민 인터뷰

요새 가장 핫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이 드라마가 마피아 게임처럼 쫄깃하고 긴장되는 이유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미친 빌런 ‘전요환’ 때문인데, 실제로 수리남에서 활동했던 마약왕 조봉행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넷플릭스 수리남이 실화에 바탕했다는데 드라마 내용이 현실과 얼마나 같은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조봉행을 실제로 만났던 수리남 교민들을 취재했다.

남미대륙 북부에 위치한 인구 60만의 나라 수리남. 사실 드라마 보기 전엔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랐는데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지였다가 1975년 독립했고, 한국전쟁 당시엔 네덜란드군 소속으로 참전한 수리남 출신 군인도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와의 인연이 없는 건 아니다.

암튼 마약왕 조봉행의 범죄행각을 모티브로 한 이 드라마 관련해서 이것저것 취재해봤는데 1970년대부터 수리남에서 살고 있는 한인회장과 극 중 배경인 2000년대 말 수리남에 거주했던 교민에 따르면, 역시 드라마와 현실은 크게 달랐다.

첫째, 주인공 ‘강인구’가 수리남으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인 홍어 수출 사업은 실제로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수리남 앞바다에서 홍어가 소량 잡히긴 했지만 수출되거나 유통될만한 양은 아니었다는 게 교민들의 설명이다.

이재원 수리남 한인회장
“홍어는 수리남에 전혀 유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트롤(새우 어획)을 하게 되면 밑에 같이 잡아 올라오는 게 홍어가 있었는데, 그건 아주 잡어라고 취급을 하는데 아주 적은 숫자입니다. 전혀 커머셜로(상업적으로) 여기서 그걸 팔 수 없 고요.”

홍어가 몇 마리 잡히는 날엔 선원들끼리 간단히 회를 쳐서 먹는 정도지 그걸로 누가 사업을 한 적은 없었다는 거다.

수리남에서는 홍어 대신 새우가 많이 잡히는데, 이곳에 한인들이 많이 오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국내 원양어선들이 새우잡이를 하러 대거 진출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새우를 한참 많이 잡던 1970~80년대에는 수리남 거주 한인이 1000여명에 달했다고 하니 매우 큰 사업이었던 거다. 하지만 한국인 인건비가 오르고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축소돼 지금 남아 있는 교민은 50~60명 정도뿐이라고 한다.

둘째 핵심 인물인 ‘전요환’(조봉행)이 사실은 목사가 아니었다는 것. 극 중 전요환은 수리남 한인교회 목사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신도들에게 추앙을 받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당연히 신도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보디가드처럼 거느리는 일도 없었다는 게 교민들의 설명. 다만 평소에도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현지 한인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前 수리남 교민
“한 번, 그 집에 한 번 갔었어요. 만날 길이 있어서 명절인가 언제 인사 차 명절날 나누라고 한번 가서 만난 적은 있었어요. 제가 (직업을) 물으니까 대답도 안 하고 “그냥 놀고 있습니다” 그러더라고요. (왱: 자기가 어떤 일하는지 좀 명확하게 주변에 밝히지 않은?) 그렇죠.”

실제로 조봉행은 한국에서 사기를 치다 수배돼 수리남으로 넘어왔는데, 주로 현지인들과 교류가 잦아 교민들 사이에서는 ‘마약에 관련돼있다’ ‘냉동 기사로 일한다’ 등등 소문만 무성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마치 거대한 궁궐에서 왕처럼 살았던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수도 파라마리보 시내의 평범한 1층짜리 집에서 부를 과시하지 않으며 지냈다고 한다.

前 수리남 교민
“평범한 사람이었죠. (왱: 봤을 때 좀 부자 같고 티가 나진 않았나 보네요?) 전혀 전혀.”

거친 마약왕 이미지와 다르게 키도 170㎝ 안팎으로 크지 않고 평범한 인상이었다는 평이다.

이재원 수리남 한인회장
“특이한 얼굴은 아니고요. 그냥 평상 얼굴이었습니다. 잘생겼다기보다는.”

2011년 한국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조봉행이 지난해 복역을 마치고 수리남으로 돌아갔다는 설도 있는데, 조봉행을 취재하다가 그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2016년 4월 지병 악화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마약왕의 최후는 이토록 허무했다.

드라마에서 중국 갱단 수장으로 나오는 ‘첸진’의 주 무대 차이나타운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리남에 중국인들이 여럿 있긴 하지만 단체로 모여 사는 마을이나 거리는 없다는 거다.

이렇게 현실과 다른 점이 있지만, 드라마가 수리남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다 마약과 폭력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면서 현지에선 반발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수리남 외교 장관이 공식적으로 “넷플릭스가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몰아넣고 있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

하지만 드라마적 설정이나 과장은 있겠지만 조봉행이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사업을 벌인 일, 다수의 피해자들을 속여 코카인 운반책으로 활용한 범죄행각, 마약과 연루돼있던 반군 출신의 데시 바우테르서 전 수리남 대통령과 당시에도 친구 사이였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현지 교민들은 수리남에 쏠린 시선이 자칫 혐한 정서로 확산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교민들을 취재하던 와중에 주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이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공지까지 올라왔다.

이재원 수리남 한인회장
“목사 문제라든가 홍어 문제라든지 폭력이라든지 차이나타운이라든가, 제일 거짓말이 많고 픽션이죠. 저희가 염려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혐한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을 미워하는 문제가 나올까 싶어서”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BTS 부산 공연으로 근처 숙소 예약하기가 어렵다던데, 바가지 요금과 성수기 요금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