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튼 사라집니다” 도로 위 위험 차량 전면 차단 선언

야간 도로 위를 달리던 ‘스텔스 차량’이 사라질 전망이다.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은 채 주행하는 이른바 ‘스텔스 차량’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다. 국내에서 새로 판매되는 차량에는 전조등 ‘OFF(끄기)’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고, ‘AUTO(자동 점등)’ 모드가 기본값으로 고정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안전규정을 개정해 일정 시점 이후 생산·판매되는 차량에는 전조등을 수동으로 완전히 끌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차량에는 전조등 스위치에 ‘OFF’ 위치가 존재해 운전자가 필요에 따라 등을 끌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야간이나 터널·지하주차장 등 어두운 환경에서 자동으로 점등되는 시스템이 기본으로 작동하게 된다.

스텔스 차량은 야간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가로등이 있는 도심에서는 계기판 불빛과 주간주행등(DRL)만으로도 운전자가 ‘불이 켜져 있다’고 착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후미등이 점등되지 않아 뒤따르던 차량이 해당 차량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 또는 고속도로와 같이 속도가 빠른 구간에서는 추돌 사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야간 교통사고 중 상당수가 시인성 부족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단순 실수로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주행하는 경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자동 점등 의무화는 인적 오류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차량은 기본적으로 ‘AUTO’ 모드에서 출고되며, 운전자가 별도로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항상 자동 점등 체계가 유지된다. 낮에는 주간주행등만 작동하고, 조도가 낮아지면 전조등과 미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등을 끄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스텔스 차량 발생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판매된 기존 차량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계도 활동과 단속을 병행할 방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행할 경우 범칙금 2만 원(이륜차 1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낮고 단속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동차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 대부분이 오토 라이트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기술적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동 점등이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며 “국내 규정 정비는 시기상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운전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안전 전문가들은 “전조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까운 장치”라며 “특히 야간 주행에서 시인성 확보는 운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운전 습관’에 맡겨졌던 영역을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스텔스 차량이 구조적으로 차단될 경우, 야간 추돌 사고와 보행자 사고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2025년 이후 도로 위 풍경은 지금과 조금 달라질 전망이다. 어두운 밤, 불 꺼진 채 달리던 차량은 점차 사라지고, 자동으로 켜진 전조등이 기본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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