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최고의 부자였고, 파나소닉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입니다. 그가 사장으로 있을 당시 파나소닉은 평균 매출 성장률이 무려 49.5%에 달했고, 창업 100년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전에 그는 파산 직전에서도 직원을 해고 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인물입니다. 그의 인간 경영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지금도 일본에서는 그의 경영철학을 공부하고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루는 마쓰시타가 지방 출장을 갔는데, 그 지역에 통찰과 사유가 뛰어난 노승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배움을 얻고자 찾아갔습니다. 안내를 받고 어느 방으로 들어가자 노승이 미리 차를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승은 마쓰시타의 잔에 차(茶)를 계속 붓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마쓰시타가 노승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찻잔이 이미 넘치고 있는데 어찌 계속 따르십니까” 그러자 노승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미 가득찼는데 뭐하러 계속 따르는 걸까요?”라고 반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하던 마쓰시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귀한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승은 아무런 대답없이 호탕하게 껄껄 웃었습니다. 그런데 노승은 어째서 넘치는 잔에 계속 차를 따랐던 것일까요? 노승은 이미 가득차 넘쳐흐르는 찻잔을 통해 그를 깨우친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세상에서 익힌 경험과 지식으로 가득찬 마쓰시타의 머리와 마음에 무엇을 더 담을 수 있겠냐는 메시지였습니다.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지만 도(道)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채움을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잔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쓸모가 생겨나듯 나를 비우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이, 더 많이’의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넘쳐흐르는 찻잔을 바라보면서도 계속 차를 따릅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는 ‘빈 잔의 마음’, 즉 단(單)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집니다. ‘단’은 불필요한 것을 모조리 버리고 오직 핵심만 남겨 놓은 상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궁극의 경지입니다. 오늘은 ‘단의 공식’을 토대로, 어떻게 버리고, 세우고, 지킬 것이며, 이를 통해 어떻게 궁극의 단순함을 이룰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장 버려라
우리는 삶 속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갈림길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반드시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할 겁니다. 선택은 필연적으로 버림을 동반합니다. 선택한 것 외의 나머지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주저하다간 결국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두 마리 토끼가 다 좋아 보이지만, 잘못하다간 모두 다 놓치게 됩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물건과 정보, 규칙과 생각, 관습이 있고, 그에 둘러싸인 우리 삶은 너무 복잡합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단 버려야 합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버리다보면 저절로 진면목(眞面目)이 드러납니다. 물 밑에 잠겨 있던 그것, 변함없이 늘 우뚝 서 있었던 본래의 성질이 드러납니다. 버린다는 것은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나머지 것들을 포기하는 결단입니다.
많은 것을 버림으로써 성공한 회사가 있습니다. 러쉬(LUSH)라는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로 비누, 향수, 메이크업 제품 등을 제조하고 판매합니다. 수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저마다 화려한 포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기를 쓸 때, 러쉬는 아예 포장을 버렸습니다. 그들이 만든 비누나 입욕제는 날것 그대로 바구니에 담아 진열하며, 심지어 샴푸도 고체 상태로 만들어 팝니다.
러쉬는 버리고 벌거벗음으로써 얻는 게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제품을 포장하지 않으니 제품 본연의 물성이 드러나 고객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습니다. 향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러쉬의 제품은 향과 색이 강렬하기로 유명합니다. 이 회사를 창립한 마크 콘스탄틴은 말합니다. “일부러 향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포장 재질로 꽁꽁 싸매놓으면 매장에 온 고객이 그 냄새를 맡아보기 어렵잖아요? 저희 매장에서는 ‘냄새’도 일종의 사용자 경험이거든요. 재미있잖아요.” 러쉬는 많은 것을 버림으로써 고객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 제품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린 것입니다. 버리는 것은 결국 소중한 것을 남기기 위한 작업입니다.
2장 세워라
다음으로 세워야합니다. 버리고, 또 버리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알맹이를 추려서 ‘세우기’ 위함입니다. 앞에서 말한 버림이 선택이라면 세움은 집중입니다. 버리고 버린 뒤에 남아 있는 진수(眞髓)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 진수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나’이고 ‘왜’입니다.
우리가 단순해지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해지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세상의 변화나 주변의 의견에 휘둘려 금방 이런저런 곳을 기웃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곧 복잡해집니다. 대상에 매달리고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중심이 바로 ‘서야’ 합니다. 나 자신의 중요한 존재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쉽게 변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가변적이고 피상적인 내가 아니라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당당한 나의 모습을 확인해야 합니다. 현실 세계에 대입하면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해당합니다. ‘왜’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를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나’를 세우고 ‘왜’를 세우면 나아갈 ‘길’이 보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똑바르게 걸어가는 사람은 방황하지 않습니다. 목적과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주변의 평가나 시선에 좌우되지 않고 뜻한 바에만 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움’이란 곧 ‘집중’입니다.

경영사상가 사이먼 사이넥은 ‘왜’를 세우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과 기업은 ‘어떻게’나 ‘무엇을’ 에만 신경씁니다. 그러나 사람을 리드하는 것은 ‘왜’의 힘입니다. ‘왜’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영감을 북돋워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엇을’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이넥은 뛰어난 마케팅전문가였는데, 어느 날 문득 일터에 가기가 싫었고,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기도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저는 겉으로 본다면 행복해야 했습니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돈도 잘 벌었고, 매우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하는 게 왜 행복하지 않은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 이어졌고, 친구와의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제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하는지를 몰랐던 겁니다.
현대의 경영 시스템은 ‘왜’를 묻기보다 단기 실적과 돈에 매달리고, 직원을 활용 자원으로만 바라봅니다. 그런 직장에선 조직원들이 성취감이나 소속감을 느낄 수 없고, 결국 그것은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합니다. 오늘날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선택한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훌륭한 리더라면 조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하는 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기쁨과 보람을 갖고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만듭니다.
3장 지켜라
우리는 지금까지 단순해지기 위해서 버리고, 세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끝으로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지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뚜렷이 세운 중심과 정체성을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단순함을 유지하고, 다시 복잡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체성을 상실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일본의 종합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무인양품은 의류, 가구, 가전, 식품 등 7,0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브랜드 없는 것이 진짜 브랜드’라는 모토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이들은 멋이나 치장보다 쓸모와 편리, 실용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이상(理想)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당초 상품 콘셉트는 자연의 색과 천연 소재만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 색깔로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 일색이었습니다.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폰과 맥북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순했고, 브랜드 이름과 제품 포장까지 없앴습니다.
그런데 이따금 고객들이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노톤만 있으니까 질려요. 좀 컬러풀한 옷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매출 성장이 지체되던 차여서 상품 개발자는 ‘혹시 이게 실적 회복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화려한 색의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색의 옷이 완성되자 직원들은 홍보와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평소의 무인양품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었기에 한동안은 잘 팔렸습니다. 그러나 판매 호조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고객이 다른 매장에는 없는 것을 찾아 무인양품에 찾아오는데, 다른 매장에는 없는 ‘무인양품다움’을 잃어버렸으니 굳이 무인양품을 찾을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단순함이란 그저 적은 것,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무의미한 것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것을 발견할 줄 아는 선구안이며,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낡지 않는 나만의 가치를 세우는 일입니다.그러기에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단의 공식’을 통해 단순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진정한 행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도서 : 단 單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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