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자진 폐쇄’ 뒤 숨은 범죄…창작자들 “지금이 끝장 수사 적기”
“증거 인멸로 2차 피해 발생…범죄수익 환수·해외 도피자 추적 시급”

"도둑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멈추면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는 최근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의 자진 폐쇄에 대해 정부 대응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범죄 종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이번 조치를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수사 재개와 법 집행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불법 웹툰 유통은 단순 저작권 침해를 넘어선 복합 범죄 구조다. 웹툰 콘텐츠를 미끼로 유입된 이용자를 불법 도박, 피싱, 금융사기, 로맨스 스캠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형성된 지하 경제 규모는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협회는 이를 "창작자 생계 붕괴와 콘텐츠 산업 경쟁력 약화를 넘어 국가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구조적 범죄"로 규정했다.
문제는 운영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 처벌을 피한 채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협회는 "이대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돈 벌고 사라지면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범죄수익 전면 환수와 해외 도피 운영자에 대한 추적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사이트 폐쇄는 창작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남겼다. 협회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던 작가들이 도용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법적 대응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를 "보여주기식 대응이 낳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김동훈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장은 "범죄자는 숨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앞문이 닫혔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끝까지 추적해 실체를 드러낼 시점"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대통령실 산하 콘텐츠 불법유통 대응 기구 신설 ▲범죄수익 환수금을 활용한 창작자 선보상 제도 도입 ▲해외 도피 운영자에 대한 수사 재개와 국제 공조 강화를 제안했다.
협회는 "현 정부가 단기간 내 가시적 변화를 만든 점은 의미 있다"면서도 "성과에 머무르지 말고, 멈춘 수사를 재개하고 피해 창작자 구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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