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게임 16-19 열세에서 24-22…김가은, 60분 혈투 끝에 뒤집었다. 16강 진출 !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7위 김가은이 2026 BWF 월드투어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여자단식 1회전에서 두 달 전 자신을 꺾었던 군지 리코(일본·18위)를 게임스코어 2-1(21-8 11-21 24-22)로 꺾으며 16강에 안착했다. 경기 시간은 딱 60분. 짧은 숫자지만 그 안에 담긴 서사는 훨씬 길었다. 3게임에서 16-19로 끌려가던 상황, 그것도 듀스를 세 차례나 주고받으며 마지막 포인트를 뽑아낸 장면은 지난달 안세영이 싱가포르 오픈 결승에서 보여준 역전 드라마와 판박이처럼 겹쳤다. 우버컵 우승 뒤 싱가포르 오픈 1회전에서 조기 탈락하며 반등이 절실했던 김가은이, 같은 상대에게 다시 승부를 걸어 결과를 바꿔놓은 경기였다.

김가은과 군지 리코의 첫 공식 대결은 불과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4월 중국 닝보에서 열린 아시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16강, 두 선수는 처음 맞붙었고 결과는 군지의 2-1 승리였다. 당시 김가은은 군지의 수비 루틴에 흔들렸고, 재역전까지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 사이 김가은의 시즌 궤적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지난달 우버컵 결승 중국전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4위 천위페이를 2단식에서 2-0으로 완파했다. 대회 후 김가은 본인이 "인생 최고의 경기"라고 표현한 이 승리는 한국 여자단식의 새로운 기준점이 됐다. 김가은의 천위페이전 승리가 분수령이 되어 한국은 우버컵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우버컵 직후 찾아온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에서는 흐름이 끊겼다. 우버컵 우승 후 2주 휴식을 취한 뒤 출전한 싱가포르 오픈 1회전에서 김가은은 세계랭킹 8위 포른파위 초추웡(태국)에게 0-2 완패를 당했다. 대형 타이틀을 딴 직후 찾아오는 컨디션 조정의 어려움, 상위랭커와의 연속 일정이 맞물리며 조기 탈락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오픈은 그런 맥락에서 시작됐다. 월드투어 최고 등급인 슈퍼 1000, 게다가 1회전 상대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자신을 꺾은 군지 리코. 랭킹 차이는 한 계단에 불과하지만 두 달 전 패배의 기억이 남아 있는 상대였다. 단순한 1회전 통과 이상의 의미가 처음부터 걸려 있었다.

경기는 세 게임 모두 다른 얼굴로 전개됐다.

1게임은 김가은의 일방적인 지배였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김가은은 군지를 8점에 묶고 21-8로 낙승했다. 랠리 운영, 스매시 타이밍, 코트 커버리지 어느 쪽에서도 군지가 발을 붙이지 못했다. 점수만 보면 이 경기는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2게임에서 군지가 되살아났다. 수비 라인을 낮추고 랠리를 길게 끌며 김가은의 공격 리듬을 흔들었다. 결국 군지가 11-21로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게임이 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초반 5-5 동점에서 김가은이 4연속 실점, 7-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았다. 그런데 인터벌 직후 6점을 내리 가져가며 13-11 역전에 성공했다. 군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재역전에 성공해 김가은을 16-19까지 밀어붙였다. 이 시점에서 흐름은 다시 군지 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여기서 김가은이 4연속 득점으로 20-19 역전에 성공하며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군지도 듀스로 끌어올렸고, 이후 세 차례의 듀스 접전이 이어졌다. 최종 포인트는 23-22 상황에서 김가은이 받아 넘긴 공이 군지 코트 안쪽 라인에 떨어지며 결정됐다. 24-22, 경기 종료. 소요 시간 60분.

이로써 김가은은 16강에 진출했고, 다음 상대는 초추웡이다. 싱가포르 오픈에서 0-2로 패한 바로 그 선수, 일주일 만에 다시 맞붙는 또 한 번의 리턴매치 구도다.

이 경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구간은 3게임 16-19 이후다. 단순히 역전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역전의 방식이 중요하다. 16-19 열세에서 4연속 득점으로 20-19를 만든 과정을 보면, 안전하게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선택이 아니라 공세를 유지하며 상대가 지쳐가는 타이밍에 오히려 더 날카롭게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패턴이 최근 한국 여자단식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세영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오픈 결승에서 3게임 16-19 상황을 5연속 득점으로 뒤집으며 우승했다. 김가은 역시 이번 경기에서 정확히 같은 스코어대에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두 경기 모두 16-19라는 동일한 열세 구간, 그리고 연속 득점이라는 같은 해법.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버컵에서 천위페이를 꺾은 경험이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4위를 상대로 2게임을 내리 가져가는 경기를 해낸 선수라면, 막판 3점 열세가 심리적 포기의 신호가 되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에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그 직전에 쌓아온 경험의 밀도와 비례한다.

다만 16강 상대가 초추웡이라는 점은 변수다. 김가은은 일주일 전 싱가포르 오픈에서 초추웡에게 0-2로 졌다. 슈퍼 1000 무대, 8강 티켓을 걸고 같은 상대와 다시 붙는 구도다. 3게임 역전승으로 올라간 체력 소모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버컵 이후 김가은의 상승 곡선이 실제로 굳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경기마다 기복이 있는 상태인지는 이 16강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김가은은 이번 인도네시아 오픈 1회전에서 두 달 전의 패배를 갚았고, 3게임 역전이라는 방식으로 현재의 집중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다음 관문은 일주일 전 무너진 초추웡이다. 같은 상대에게 다시 도전하는 구도가 이번 대회에서도 반복된다. 김가은이 연속 리턴매치에서 또 한 번 결과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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