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작심하고 시작했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업의 정체

출처 : 유튜브 채널 ‘청년농부김베르만(=KBS 영상실록)

현대전자·HBS 현대 방송
현대 생명 파산 선고로 퇴출
경영 환경 변화와 위기로 사라져

현대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삼성과 견줄 만큼 영향력 있는 기업이지만, 자동차 외 여러 분야에서 도전한 사업 중 상당수가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반도체, 게임, 정보기기, 방송, 보험 사업이 있다.

1983년 현대그룹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며 ‘현대전자산업’을 설립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게임 사업에도 나섰다. 닌텐도 북미판 패미컴을 ‘현대 컴보이’로 출시하며 ‘슈퍼 마리오’, ‘닌자 거북이’, ‘드래곤 퀘스트’ 등 인기 게임을 수입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닌텐도 게임기 판매가 부진해졌고, 여기에 IMF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결국 게임 사업은 철수하게 됐다.

출처 : 아산리더십아카이브 홈페이지

현대전자 내 정보기기 사업부는 PC 생산에 뛰어들었고, 이후 ‘현대멀티캡’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그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00년에는 현대전자 지분을 매각하며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 이후 회사명도 ‘현대 컴퓨터’와 ‘현대멀티캡’으로 바뀌며 재창업했다.

1990년대 후반, 현대전자는 휴대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1994년 ‘시티맨’, 1997년 ‘현대 걸리버’ 모델을 출시했고 2000년대부터는 ‘네오미’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도전했다. 2001년에는 ‘현대큐리텔’로 분사해 국내 생산 규모 3위를 기록했지만, 2002년 팬택에 인수되며 휴대폰 사업은 종료됐다.

반도체 부문은 현대그룹의 핵심 도전 중 하나였다. 현대는 1949년 설립된 국도건설을 인수해 1983년 현대전자산업으로 개편하며 경기도 이천 부지를 반도체 공장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LG반도체를 합병하고 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변경했다. 이후 경영난에 빠진 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돼 ‘SK하이닉스’로 거듭났다.

하이닉스는 부채가 15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었다. 2001년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비메모리 부문을 분사시켰고, 이 과정에서 현대큐리텔과 현대컴퓨터 등이 분리됐다.

출처 : e영상역사관

2003년 자금난에 부딪혔으나 기존 생산 기계를 재활용해 수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위기를 넘겼다. 2011년 SK텔레콤이 3조 4,000억 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2012년 공식적으로 SK하이닉스가 됐다.

현대그룹은 방송 사업에도 참여했다. 1985년 사내 유선 방송을 시작으로 1993년 케이블 TV 채널 사업 허가를 받고 1995년 ‘현대 방송(HBS)’을 개국했다. SBS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사랑하니까’와 (구) iTV에 납품한 연속극 ‘가족’이 있었으나 경영난과 iTV의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7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후 영화 제작, 배급, 극장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그룹 차원의 언론 사업 철수가 결정되면서 현대 방송도 매각설에 휘말렸다. 케이블 가입자 부족과 광고 유치 난항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1999년 자본 잠식에 빠졌다.

1999년 8월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직원 160여 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여러 인수 협상 끝에 1999년 10월 넥스트미디어그룹에 매각됐으며, 2000년 1월 ‘NTV’로 재출범했다. 이후 CJ E&M에 인수된 뒤 ‘채널 CGV’로 개편되며 영화 전문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OCN Movies의 전신으로 평가받는다.

출처 : 푸본현대생명 제공

보험 사업에서는 1989년 대한화재가 출자해 한국생명보험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현대그룹은 1994년부터 지분을 확대해 2000년 조선생명과 합병 후 ‘현대 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1년 3월 대신생명, 삼신올스테이트생명과 함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4월 계약이 대한생명으로 이전됐다. 같은 해 10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으며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법인은 2012년 완전히 소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출처 : 현대차그룹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대표는 2012년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며 ‘현대라이프생명(현 푸본현대생명)’에 참여했다. 상품 차별화와 마케팅에 집중했지만, 영업력 부족으로 2017년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 대리점 채널 철회로 2,000여 명의 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현대 생명은 2018년 대만 푸방금융그룹이 최대 주주가 되어 새 출발 했다.

현대그룹은 자동차 사업으로 국내 대표 기업이 됐지만, 이처럼 야심 차게 시작한 여러 사업은 경영 환경 변화와 위기 속에서 결국 멈추거나 분리됐다. 현대전자의 게임과 휴대폰 사업, 방송 채널 HBS, 보험사 현대 생명 등은 모두 그룹 내에서 출발했으나 다양한 이유로 지속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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