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OPS 0.962, 정규시즌 OPS 0.533...같은 타자인가...78억의 현실

올 시즌 KBO에서 가장 선명하게 수치로 드러나는 퇴행이 있다. 양석환이다. 숫자부터 직시해야 한다. 27경기, 타율 0.205, OPS 0.533, 그리고 삼진 29개. 같은 기간 볼넷은 8개다. 삼진 대 볼넷 비율이 3.6 대 1에 달한다.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다. 선구안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양석환은 2021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리그에서 희소한 유형의 타자로 분류됐다. 우타 장거리포.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내야수는 KBO에 많지 않다. 2021년 28홈런, 2022년 20홈런, 2023년 21홈런. 이 흐름이 2023년 FA 계약의 근거였다. 4+2년 최대 78억 원. 두산이 계약 당시 강조한 것도 이 희소성이었다.

2024년은 그 기대를 상회했다. 34홈런 107타점. 홈런은 리그 4위, 타점은 리그 9위. FA 첫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계약이 정당화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2025년은 72경기 8홈런이었다. 출전 자체가 반 토막 났다. 그리고 2026년, 시범경기에서 OPS 0.962를 찍고 개막을 맞이했다. 고무적인 신호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첫 27경기, OPS는 0.533으로 떨어졌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사이에 이 정도 낙폭이 생기는 경우,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의심한다. 첫째, 시범경기 상대의 질이 낮았다. 둘째, 컨디션이 시즌 초반을 버티지 못했다. 양석환의 경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지표는 삼진 숫자다. 27경기에서 삼진 29개. 경기당 삼진이 1을 넘는다. 통산 삼진이 931개, 통산 경기가 1,138경기인 선수의 커리어 평균은 경기당 0.82개 수준이다. 지금은 그것을 크게 벗어나 있다.

김원형 감독이 2군 강등 이유로 "타격 타이밍이 너무 안 맞는다"고 설명한 것은 단순한 격려성 발언이 아니다. 타이밍이 무너진 타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삼진을 당한다. 빠른 공에 배트가 늦게 나오거나, 변화구에 속아 스트라이크존 바깥 공을 쫓거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양석환은 후자에 가까운 양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난 공에 배트를 냈다는 묘사가 반복됐다.

득점권 타율이 0.000이라는 수치는 여기서 더 의미심장해진다.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투수가 변화구 비중을 높이는 건 KBO에서도 동일한 전략이다. 타이밍이 흔들린 타자는 바로 그 상황에서 가장 취약하다. 1시즌 전체가 아니라 27경기 만에 득점권 안타가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은, 이 문제가 멘탈보다 기술적 층위에서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

2군에서도 회복의 징조가 아직 없다. 퓨처스리그 4경기 11타수 2안타, 타율 0.182. 김원형 감독은 콜업 기준으로 안타 수가 아니라 타구의 질과 타이밍을 본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그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 전언이다.

두산은 현재 선발 평균자책점 리그 2위다. 선발진이 버텨주고 있음에도 팀 순위는 하위권이다. 이유는 타선이다. 그 타선의 공백 한 자리를 양석환이 만들고 있다. 78억 계약을 안은 중심타선 자원이 OPS 0.533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그 자리를 즉시 메울 수 있는 내부 옵션이 두산에 있느냐, 지금 그게 팀 전체의 문제다.

복귀 시점은 수치보다 메커니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안타 수보다 타이밍을 보겠다고 명시한 이상, 퓨처스에서 좋은 타구 지표가 나오지 않으면 콜업은 계속 미뤄진다. 2025년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2군에서 뚜렷한 반등 없이 시간이 지나며 콜업이 차일피일 연기됐다.

관건은 6월 전에 1군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다. 팀이 타선 보강 없이 하위권에 머문다면, 복귀 시점과 무관하게 양석환에게 가해질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FA 계약 3년 차, 나이 서른다섯. 회복의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이 선수에게 필요한 건 자리 보전이 아니라 타격 메커니즘의 재설계다. 그 작업이 2군에서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지느냐가 나머지 시즌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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