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악화됐어요. 내일 병원으로 오세요”…동네 병원 비대면 진료 활용법
서울 도봉구 방학동 병원 진료 현장 직접 보니
회복기 환자 한 번 보는 데 4분 가량 걸려
“급성기 때 비대면 진료는 절대 안돼”
“어머니, 저번에 왼쪽 유방에 염증이 있던 거 살짝 보여주실 수 있어요? 많이 좋아졌네요.”
정부가 내달부터 시행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향을 발표한 30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A병원 백재욱 원장(서울시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은 한 60세 여성 환자와 영상 통화에서 이 같이 물었다.
유방 아래에 염증이 생겨 지난 25일 이 병원을 방문해 약 처방을 받았고,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받는 환자였다. 배 원장은 “지금쯤 증상이 완화됐을 것으로 생각해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가슴 안쪽에 딱딱한 게 남아 있어 불편하다”는 환자에게 “고름을 굳이 파낼 필요가 없으니, 딱딱한 건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백 원장은 “다 나았을 것으로 보여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이지, 곪아서 고름이 줄줄 나면 병원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단한 환자지만, 진료를 시작해 전화를 끊을 때까지 4분 가량 걸렸다.
그 다음 환자는 대상포진 진단을 받은 90세 어르신으로 비대면 진료는 할머니를 돌보는 보호자와 이뤄졌다. 배 원장은 “할머니가 얘기를 할 만한 상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배 원장이 휴대전화 영상 통화로 침대에 누운 할머니를 보며 질문하면 보호자가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료가 이뤄졌다. 환자의 배 부분을 관찰한 배 원장은 “수포가 덜 내려가서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내일 모레 다시 내원해 달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이 밖에 교통사고로 뇌병변이 생겨 10년 째 침대에 누워 있는 63세 남성 환자를 초진 비대면 진료로 살펴봤다. 지금까지 보호자가 병원을 내원해 진료를 받았고, 환자가 직접 내원한 적 없는 첫 비대면 진료라고 했다. 배 원장은 “(방문 진료를 하면) 어떤 걸 해 주면 좋겠냐”고 묻자, 보호자는 “원장님이 한 번만 환자를 직접 봐 달라”고 요청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한 환자는 영상이 아닌 음성통화만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배 원장이 “다친 부위 상태가 어떠냐”고 물으면 환자가 “진물은 안나오지만 가렵다”고 답했고, 환자가 “머리 감고 싶다”고 하면 배 원장이 “물 닿아도 된다. 반창고 다시 붙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엄청 도움이 된다. 진작에 전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내달부터 시행되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편하다’고 답했다. 첫번째 환자는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을 묻는 질문에 “괜찮은 것 같다”라고 했고, 백 원장도 “급성기가 아닐 때, 환자가 낫는 것을 관찰하는 경우에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다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정부가 시행하는 여러 의료 관련 시범사업과 통합해서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백 원장은 “방문진료나 장애인주치의 등 여러 시범사업과 통합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새로운 플랫폼을 자꾸 쓰라고 할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활용해 더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백 원장은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가 지켜야 할 규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 내원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비교해 준비할 것들이 많고, 환자에게 해야 할 일을 전달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것들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비를 받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이날 진료한 환자들에게 백 원장은 “차후 방문했을 때 진료비를 달라”고 했지만, 누적되면 큰 부담이 된다. 백 원장은 “장기 체납 환자에게는 전화해서 계좌번호로 받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비대면진료는 회복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급성기를 지나서 회복기에 환자의 궁금증이나 완치를 확인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예를 들어 맹장염이 의심되는데, 화면으로 보고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전화통화 진료라고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라며 “병의 질환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비대면진료는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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