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노동현장 체험기] (2)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하루

조고운 2025. 7. 24. 21: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증기 맞으며 조리·세척… 온몸 젖어 땀띠 올라와

아침부터 1000인분 식사 준비 분주
대형 조리기구·솥으로 요리 ‘뻐근’
점심 끝나면 30분 휴식 후 저녁 준비

“몸은 힘들지만 요리하는 게 좋고
잘 먹는 아이들 보면 보람도 있어”

한여름 학교 급식실은 ‘작업장’이 아닌 ‘증기실’에 가까웠다. 에어컨이 켜져 있어도 대형 솥의 열기와 소독용 온수에서 나오는 김 때문에 마스크 안은 금방 젖었다. 온 몸이 눅눅해졌고, 숨을 쉬는 일이 힘들었다.

경남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대형 솥 앞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학비노조 경남지부/

지난 21일 창원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학생 1000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현장에 기자는 하루 대체 근무자로 들어갔다. 단기 일자리였기에 경력도 따지지 않았고, 보건증 한 장과 계약서 사인으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 운동을 위해 마주한 8명의 조리실무자과 인사를 나눴다. 자연스레 기자는 ‘막내’가 됐고, 이들은 ‘언니’가 됐다. 언니들은 작업복 두 벌을 내밀며 말했다.

“옷 금방 젖어. 젖은 채로 일하면 감기 걸려. 꼭 갈아입어.”

전처리실에서 과일과 채소를 세척하고 다듬는 일부터 시작했다.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낀 손은 둔했고, 온몸을 덮는 방수 앞치마와 긴 장화는 무거웠다. 서툰 칼질로 재료를 다듬기만 했는데 온몸이 땀에 젖었다. 세척용 온수와 조리실 열기까지 더해지자 에어컨은 무용지물이었다. “오늘 살 좀 빠지겠다”는 막내의 넉살에 언니들이 말했다. “아직 일 시작도 안 했다.”

조리실에서 보조를 하던 중 기기를 옮기는 일을 돕기 위해 손을 댔는데 큰 소리가 날아왔다. “그거 육류 조리했잖아. 만지면 안 돼! 얼른 가서 장갑 갈고 손 씻고 와.” 위생이 생명인 조리실의 철칙은 단호했다.

세척실에서는 뜨거운 물에 애벌세척을 했다. 조리기구는 팔보다 길고, 솥은 허리보다 높았다. 기름 묻은 그릇은 뜨겁고 미끈거렸고, 밀가루는 끈적이고 질겼다. 세척은 끝이 없었다. 조리도구를 씻어내느라 허리를 굽혔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손이 떨리고 허리가 뻐근해왔다. 3시간 넘게 서 있어 다리 감각이 없어질 즈음 점심시간이 왔다.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식판에 들고 자리에 앉았다. 배는 고픈데 입안이 꺼끌꺼끌해서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옆 자리 언니는 “국이라도 말아서 먹어야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이제 시작이니 힘내라”고 격려했다.

짧은 점심시간 외에는 누구 하나 밖으로 나가 쉬지 않았다. 막내인 기자 역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몸을 움직였다. 각자 정해진 역할이 있었고, 누군가가 쉬면 다른 이의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곧 급식시간이었다. 12시 30분을 좀 넘기자 급식이 시작됐다. 식당을 찾은 학생들의 말소리와 세척실 물소리가 뒤섞여 귀를 때린다. 긴 고무장갑 안까지 물이 들어오고, 장화 속 양말은 종일 축축했다. 고무장갑을 갈아 끼어도 새 장갑은 금세 또 젖어서 손등을 눌렀다. 호스 물로 솥을 헹구다가 손에 힘이 빠지면서 물이 엉뚱한 곳에 튀고, 식기도구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애를 써봤지만 막내가 그릇 10개를 씻는 사이 옆 언니는 50개를 처리했다. “시간이 없어. 빨리 해야 해.”

오후 2시 30분, 점심 급식 후 세척과 정리가 모두 끝나자 30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옷을 갈아입었지만 여벌 속옷이 없어 상쾌하진 않았다. 휴게실은 작았다. 열 명이 앉으면 꽉 찼다. 누군가는 파스를 붙였고, 누군가는 서로의 어깨를 다리를 주물렀다. 믹스커피가 돌았고,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이 오갔다. 쉬는 시간은 짧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다.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또다시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를 하고 세척을 한다. 언니들은 말없이 몸을 움직였다. 새로 갈아입은 옷이 또다시 흠뻑 젖었을 때, 기자가 음식 쓰레기를 비우면서 물었다. 이 일이 좋은 점이 있냐고. 한 언니가 답했다. “힘들지. 그래도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내가 만든 걸 아이들이 잘 먹는 거 보면 보람도 있다.” 다른 언니도 말한다. “지금 여름이라서 제일 덥고 힘들 때다. 지나면 그나마 좀 낫다.”

드디어 시계가 오후 4시 30분을 가리켰다. 기자를 포함한 3명이 퇴근을 준비했다. 샤워용품을 준비해 오지 못했던 기자가 옷을 갈아입고 먼저 나서자 뒤에서 언니가 외친다. “막내야, 이 일 꼭 하려면 2식 말고 1식으로 해!”

급식실 밖의 해는 여전히 높고 습도는 무거웠다. 샤워를 하지 못한 몸은 눅눅했고, 손가락 끝은 물에 퉁퉁 불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오니 팔 전체에 생전 없던 땀띠가 올라와 있었다. 이날 받은 일급은 9만5380원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채용은 매년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조리실무사 평균 결원율은 4%이며, 평균 미달률은 29%로 나타났다. 자발적 퇴사자 비율은 2022년 56.7%에서 2024년 60.4%로 증가했으며, 입사 3개월 이내 퇴사율은 15.6%에 달한다. 조리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은 60~80명이지만 전체의 60.5%가 1인당 100~150명의 식수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화상, 넘어짐, 절단 등 근골격계 직업병은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다. 급식실 산재율은 전체 산업의 여덟 배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