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중남미 진격] 현대로템, 노후 전차·장갑차 800여대 수주 가시권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과 호르헤 자파타 페루 조병창 대표는 16일(현지시간)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서’에 서명했다. / 사진 제공 =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페루 육군 현대화 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K2전차와 K808차륜형 장갑차의 남미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는 분위기다. 페루 전차와 장갑차 800여대가 1950~60년대 개발된 노후 모델인 만큼 직수출과 현지생산 등을 통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이달 16일 페루 리마에서 페루 육군 조병창(FAME S.A.C.)과 K2 전차 및 차륜형장갑차 등 지상장비 협력 총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양국 정상을 비롯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호르헤 자파타 페루 조병창 대표 참석해 상호 신뢰를 약속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총괄협약은 페루 육군 조병창이 지상무기를 획득(수입)하기 이전에 진행되는 절차다. 협약 이후 지상무기 도입 물량 및 사업 규모가 확정되며 구체적인 실행계약이 체결된다. 이후 실행계약에는 각각의 납기와 상세 사양, 교육훈련, 유지보수 조건 등 세부사항이 명기될 예정이다.

전차·장갑차 현대화 지원…MRO·추가 수출 가능성 열려

현대자동차그룹 방산 계열사와 페루군과의 인연은 'K131' 전술차량 수출에서 시작됐다. 민수용 상표명인 '레토나' 또는 '군토나'로 불린 모델이다. K131은 페루 해병대의 전술 차량으로사용되며 해병대 제식 소총 또한 SNT모티브가 생산한 K2소총이다.

지난 5월에는 페루 조병창이 발주한 차륜형장갑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중남미 진출을 성공에 이어 이달 체결된 협약으로 현대로템은 K2 전차와 계열전차, 차륜형장갑차 후속 물량 등 지상무기체계 전반에 걸쳐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수출 계약은 우리 방산업계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페루 조병창은 자국 육군 현대화를 위한 협력사로 현대로템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무기 수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 무기체계 전반의 구성이 국군을 따르게 되는 만큼 후속지원 및 추가 무기체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K2흑표 전차 / 사진 제공 = 현대로템

노후 전차·장갑차 800여대…직수출·현지생산 병행

군사력 평가 단체 GFP(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페루의 지상군 주요 전력은 △전차 261대 △장갑차 531대 △곡사포 12문 △다연장로켓 등이다. 평탄한 고원 지역에 인구가 밀집된 영향으로 전차·장갑차 등 기동성 위주의 편제가 이뤄진 게 특징이다.

다만 전차를 비롯해 장갑차, 포병전력 대부분의 노후화로 전력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군 주력 전차는 1950~1960년대 생산된 T-55(165대), AMX-13(96대) 등이다. 두 모델 모두 생산 종료됐고 부품 수급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GFP는 전투 운용률이 5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장갑차 역시 노후화가 심각하다. LAV-25 차륜형 장갑차(32대)를 제외한 499대는 대부분 1950~60년대 생산된 모델이다. M9A1 장갑차는 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됐을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운용 장갑차의 종류는 8종에 달한다. 각각의 후속지원 및 정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모든 수요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현대로템 주력 부문에서만 전차 261대, 장갑차 531대 등 총 792대의 수요가 발생한다. 현대로템측은 "페루 육군 조병창과의 협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며 예상 물량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현지생산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상당한 물량의 수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페루 조병창과의 협의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며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며 "직수출, 현지생산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