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매장 지침 불일치·안내 부재로 현장 혼선…“홍보용 대책 아니냐” 빈축

KT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와 관련해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USIM)을 무상 교체해주기로 결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침 혼선과 안내 부재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매장마다 교체 원칙이 달라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가운데 일부는 해당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이사회는 전 가입자 대상 유심 무료 교체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5일 오전 9시부터 KT 공식 홈페이지 ‘KT닷’에서 교체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KT는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은 홈페이지 또는 전담센터(080-594-0114)를 통해 예약한 뒤 전국 KT 대리점에서 무료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방문이 어려운 고객은 오는 11일부터 택배 배송을 통한 ‘셀프 개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본사 발표와 달랐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리점 앞에는 유심 교체 관련 현수막이나 안내 배너가 없었고 매장 내부에도 교체 방침을 알리는 안내문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 역시 방문 고객이 유심 교체 대상자인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보 전달의 부재였다. KT의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치임에도 문자·이메일 등 별도의 안내가 없어 많은 가입자들이 무상 교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고객들 중 상당수는 언론 보도나 지인 소개를 통해 뒤늦게 소식을 접한 경우가 많았다.

이날 오전 서울 주요 KT 대리점 다섯 곳을 방문한 결과, 매장마다 교체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신논현역 인근 매장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이 없으면 교체를 거부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 고객만 교체 가능하며 기존 가입자는 지정 매장에서만 교체할 수 있다”며 인근 다른 지점을 안내했다. 반면 강남역 인근 대리점은 사전 예약 없이도 현장에서 바로 교체를 진행했다.
같은 정책을 놓고 매장마다 지침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 양천구 거주 송정환 씨(64)는 “오늘부터 유심을 교체해준다는 사실을 아침에 아이에게 듣고 방문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았다며 거절당했다”며 “문자 안내도 없고 매장 앞에도 공지문 하나 없어 그냥 지나칠 뻔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한예빈 씨(26·가명)는 “유심 교체 소식을 뉴스가 아니라 직장 동료에게 들었다”며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교체를 진행한다면 통일된 기준과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의 무상 교체 방침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고객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매장별 지침이 제각각이어서 한 고객이 여러 매장을 전전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다만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 등 유심이 필요한 다른 업무는 대부분 매장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한 KT 대리점 직원은 “번호 이동이나 신규 고객에게 제공되는 유심과 기존 고객의 교체용 유심은 실물상 동일하지만 본사에서 구체적인 절차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교체를 임의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KT 해킹 사태로 불거진 고객 정보 유출 우려에 따른 대응책이다. 앞서 KT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접속으로 약 2만2000여명의 고객 정보가 노출 위험에 처했으며 이 중 362명은 무단 소액결제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등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객 불안이 커졌다.
KT는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재발 방지를 위해 유심 교체 비용을 전액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홍보용 발표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KT가 단순히 유심 교체 결정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개별 통보와 절차 통일화를 통해 실질적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KT처럼 대규모 고객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모든 이용자에게 명확한 후속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며 “매장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소비자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된 지침과 구체적인 절차 안내를 통해 고객 불안 심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 관계자는 “유심 교체를 원하는 고객은 온라인 예약 또는 전담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11일부터는 택배 발송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장별 상이한 기준으로 불편을 겪는 고객 불만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나 개선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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