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한겨울 갯벌에서 생명을 생각하며

김보경 2026. 2. 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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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

기후위기로 인해 날씨를 종잡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삼한사온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평범한 겨울의 추위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기후'의 얼굴임을 드러낸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겨울을 버티는 존재들이 있다. 먹이와 잠자리, 이동의 리듬이 한순간에 흔들리는 철새들이다.

철새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도 겨울 나기 힘든데 철새까지 걱정하느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한없이 약한 존재다. 그리고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한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절대 가볍지 않은 생명이라는 점에서 사람과 철새는 다르지 않다.

인천의 깃대종인 저어새는 여름에 인천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가을이 되면 대만, 홍콩, 일본 등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해서 겨울을 보내는 여름새이다. 그런데 해마다 어쩐 일인지 이동하지 못하고 낙오하여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남아있던 새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총에 맞아 죽거나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해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2025년에 인천 매도에서 태어났는데 수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F14라고 새겨진 가락지를 왼쪽 다리에 차고 있는 저어새가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 매월 모니터링을 하는 학익용현갯골에서 F14를 처음 만난 때는 작년 8월25일이었다. 어리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갯골에서 기다란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활동 하는 모습을 촬영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11월 하순 경 아암도에서 철새조사를 하던 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저어새들은 모두 떠난 시기인데 F14가 홀로 아암도갯벌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료와 함께 날아가지 못했구나,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심 걱정이 되었던 중에 F14가 죽지 않고 전북 정읍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1월에 있었던 저어새 동시조사 기간에 전북지역을 맡아서 조사하는 사람이 F14가 무사히 살아있는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다. 게다가 그분은 굶주리고 있는 F14를 위해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다가 저어새들이 머무르고 있는 몇 개의 수로에 뿌려주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깊이 감동하였다. 단체 회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알리고 미꾸라지를 사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과 혹독한 겨울에 사투를 벌이고 있을 가련한 저어새를 돕기 위해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성이 모이면 회원들과 함께 가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겨울 철새들 가운데 인천을 상징하는 새, 그리고 전 세계에 4000마리 남짓만 남은 두루미 이야기도 하고 싶다. 사실 두루미는 철원과 연천, 파주 등에 많은 수가 살고 인천에는 아주 적은 수가 온다. 인천에 오는 두루미들은 특이하게 갯벌에서 주로 산다고 해서 갯두루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특별함으로 인해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유명한 탐조 유튜버인 새덕후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새로 두루미를 꼽을 정도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일본 홋카이도 원주민들은 두루미를 사루룬 카무이 즉 습지의 신으로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이런 두루미들이 마실 깨끗한 물이 없어 갯벌 인근의 펜션, 식당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을 마신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두루미가 매년 인천을 찾아온다는 사실은 축복이자 시험지다. 우리가 갯벌을 어떻게 대하고,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두루미는 말 대신 몸으로 답을 보여준다. 이번 겨울, 갯벌 위로 내려앉은 그 우아한 날갯짓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김보경 가톨릭환경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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