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개편, 웃지 못하는 철강업계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40년만에 개편했다. 그런데, 24시간 풀가동 하는 철강업계는 이번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3일 산업용 전기료를 낮에는 최대 82원 인하하고, 밤에는 65원 인상하는 체제로 개편했다. 철강을 녹이는 고로를 멈출 수 없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24시간 가동체제를 유지하는데, 이번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개편에 따라 업종 가운데서는 가장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그동안 심야에는 전기료가 싸 주로 밤에 가동을 많이 한 철강업계로서는 이번 조치로 작업시스템을 다시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300k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용(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전기료가 가장 비싼 최대부하 구간을 낮 시간대에서 밤 시간대로 옮긴 것이다. 태양광 발전이 피크에 달하는 오전 11~12시, 오후 1~3시는 중간요금 구간으로 바뀐다. 반대로 해가 지고 화석 연료 발전이 집중되는 오후 6~9시에 최고 요금이 적용된다.
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산업용(을) 요금을 사용하는 사업장 4만여 곳 중 97%인 3만8000여 곳은 요금이 내려간다. 낮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2.7원↓)이 대기업(1.1원↓)보다 절감 효과가 더욱 크다.
그런데, 철강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K-스틸법과 맞물려 산업용 전기요금의 직접적인 인하를 기대해왔던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는 최근 4년 만에 70% 이상 급등하며 기업들의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중국발 과잉 생산으로 산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철강업계로서는 치명적이다.
24시간 고로를 가동하는 철강업계는 주로 낮보다 심야·주말 가동 비중이 높은데, 야간 전기료를 인상하면 원가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그동안 저렴했던 야간 전기료가 오르면 월 수억~수십억 원 단위로 원가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주간 전기료 하락률보다 야간 요금 인상률이 높아지면 재무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회사 경영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주물·단조·열처리 등 철강 뿌리 업종은 그야말로 생존기로에 놓인 셈이다. 이 업종들은 그동안 낮보다 심야에 싼 경부하 요금을 활용하기 위해 야간 조업을 늘려 왔는데, 야간에 비싼 전기료 체계로 바뀌게 되면 매출의 20~30%를 전기료로 지출할 정도로 전력비 부담이 커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은 이번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개편조치에 따라 야간보다 가격이 싼 낮시간대로 작업시스템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기존처럼 24시간 풀가동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요금이 싼 낮 조업을 늘리고 요금이 비싼 야간에는 조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개편은 철강업체에게 또 한가지 숙제만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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