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놈앤컴퍼니가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신규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시장은 이번 조달이 조기 기술이전(LO) 실행력에 대한 시장의 검증 국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실적 흐름에서 LO 계약과 평가이익에 따라 손익이 움직여왔다는 점에서다.
300억 조달, ADC 전임상 가속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는 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총 3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270억원은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 30억원은 제3자배정 유증 방식이다. CB의 만기일은 2031년 3월13일이며 유증을 통해서는 의결권부 CPS 신주 46만7287주가 주당 액면가액 500원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자금조달의 목적은 '운영자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금 조달이 지놈앤컴퍼니의 ADC 중심 사업모델을 본격 가속화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전임상 단계에서 LO를 성사시키는 구조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해왔다. ADC는 타깃 검증과 항체 최적화, 독성시험 등 초기 단계에서 자금 투입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한 연구자금이 확보될수록 다수 후보물질의 임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이는 LO 성사 가능성을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접근과 연결된다.
특히 메자닌과 유증을 병행한 점은 성장 전략에 무게를 둔 설계로 해석된다. R&D 성과와 자금 구조를 연동했다는 시각이다. 유증은 즉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반면 전환사채는 성과 가시화 시 자본 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보강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단기 방어 대신 중기 성장축 확보에 방점이 찍힌 결정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달은 ADC 파이프라인에 외부 자금을 직접 투입한 첫 대규모 결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공시상 자금 사용 목적은 '운영자금'으로 기재됐지만 회사는 신규 타깃 기반 ADC 전임상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CB 270억원과 CPS 30억원을 병행한 구조는 연구개발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설계로 읽힌다. 전임상 자산을 병렬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구체화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300억원 규모 자금은 그 전략의 실행 강도를 가늠할 기준이 된다.
LO 공백이 드러낸 실적 변동성

이번 자금조달은 LO 성과의 공백 구간을 메우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신약개발 사용료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구간에서는 고정 R&D비 부담이 그대로 남는다. 자체 상업화 기반 제품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LO의 지연은 곧 적자 지속으로 이어진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5년간 R&D비로 △2021년 212억6000만원 △2022년 367억9000만원 △2023년 256억7000만원 △2024년 143억6000만원 △2025년(3분기 누적) 91억3000만원 등을 소요했다.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으로는 실적 변동성의 중심에 LO가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지놈앤컴퍼니의 매출은 신약개발 사용료 수입 발생 여부에 따라 변동하는 구조다. 해당 매출은 2023년 2억1000만원에서 2024년 71억2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서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LO 체결 시점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외형이 유지됐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자금조달의 촉진 요인으로 꼽힌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277억5000만원으로 2023년 143억원 대비 94.1% 증가했다. 다만 2025년 매출은 245억9000만원으로 다시 11.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550억9000만원에서 2024년 242억원으로 축소됐지만 2025년에는 292억3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실질적인 영업 기반의 흑자전환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기순이익 개선 또한 비현금 요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5년 당기순손실은 83억9000만원으로 2024년 268억5000만원 대비 68.8% 축소됐다. 회사는 관련 공시를 통해 주가 상승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이익 반영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손익 구조가 여전히 LO 성과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과는 구분되는 항목이다.
6420원 전환가와 풋옵션 변수

시장은 이번 자금조달의 향후 변수로 'CB 풋옵션 도래 이전 LO 성사 여부'를 언급한다. 이번에 발행된 CB는 만기 2031년 3월13일 이후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전임상 단계에서 조기 LO를 추진하는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ADC 2건은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는 설명에 그쳤고 구체적인 계약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LO 체결 시점은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환가 6420원 대비 주가 위치는 상환 부담과 지분 희석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선으로 꼽힌다. 주가가 6420원을 상회할 경우 채권자는 보통주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전환이 이뤄지면 270억원은 부채에서 자본으로 이동한다. 반면 주가가 6420원을 하회한 채 LO 성과가 지연될 경우 풋옵션 가능성이 확대, 현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CPS는 즉시 자본으로 편입됐지만 지분 구조 관리라는 과제를 남긴다. 30억원 규모 의결권부 CPS는 상환 부담은 없으나 기존 주주의 희석을 동반한다. LO 성사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희석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반면 성과가 지연될 경우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과 함께 지분 구조 부담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 회사 또한 현재 자금조달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추후 필요할 경우 추가 조달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4년, 2025년 각각 1건의 LO를 성공한 바 있다"며 "물질 자체가 아직 초기단계일 때, 즉 임상1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빠르게 LO를 해서 매년 1건 이상의 LO를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진전됐다고 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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