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별중의 별]⑫ "상폐가 웬말" 미래에셋생명…저PBR 극복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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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금융·증권주를 진단하고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살펴봅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생명이 회사를 둘러싼 자진 상장폐기설을 일축,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기치를 분명히 밝혔다. 그룹 계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잇따라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매입하면서 야기한 상폐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미래에셋운용 역시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기 때문에 저가 매수 차원에서 꾸준히 매입 중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주가 수준을 주목한다. 미래에셋생명의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 재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의지만 내비친다면 언제든지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등 특수관계자 지분은 보통주의 57.1%에 이른다. 만약 회사에 우호적인 물량인 자사주 26.3%까지 포함하면 그룹의 지배력을 의미하는 '유효지분'만 83%대다.
그룹 또는 계열사가 앞으로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면 자진 상폐 신청 요건인 지분율 95%(자사주 제외)에 근접하게 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의 주식 수(유동주식수)는 발행한 보통주 전체 중 16.6%에 불과하다. 자진상폐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동주식수가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동주식수가 적다면 거래량이 줄어든다"며 "이때 주가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커 상승 여력만 있다면 주가 부양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는 2월과 6월 큰 폭으로 요동쳤다. 모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 심리가 한창 컸을 시기였다. 그러나 1분기에 이어 상반기 실적발표에도 미래에셋생명만의 밸류업 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자 실망매물이 속출, 주가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구체화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계열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자진상폐는 물론 밸류업과도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 상장주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손꼽힌다.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0.24배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자산대비 비교적 저평가 된 것으로 여긴다. 즉 현재 주가가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타 보험사 대비 낮은 편이다. ROE는 당기순익을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ROE 7%대를 유지, 생명보험업계에서 최상위권을 달렸다. 그러나 올해는 1.3%에 머무르며 경쟁사보다 많이 뒤쳐지는 형태다. 지난해는 높은 ROE를 바탕으로 3월 한때 2460원이었던 주가가 연말에는 5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ROE는 높을수록 좋다"며 "ROE가 높으면 주어진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면 ROE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PBR을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생명은 신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수익성의 원천인 신계약 CSM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보장성 보험 판매 활성화 전략을 추진했다. 또 CSM배수가 높은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린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미래에셋생명이 8월 발표한 상반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누적 신계약 CSM은 17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7% 급증했다. 상반기말 CSM 총액은 2조894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3.4% 순증했다. 이는 ROE 수치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생명이 전통적인 강점인 변액보험에 의존하지 않고 보장성보험 영역의 판매 비중 확대로 실적 개선을 이뤄낸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 단기적 성과 달성에 연연하지 않고 우량한 고마진 상품 판매에 주력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확대 경쟁에서도 아랑곳않고 중장기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했다"며 "만기 도래 시 대량 해지 리스크의 위험이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 비중이 낮아 CSM 성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우수한 건전성도 앞으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래에셋생명은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선택적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고도 줄곧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상회했다. 이번 상반기 K-ICS비율은 197.1%로 잠정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중심의 자산운용으로 요구자본을 관리해 안정적 K-ICS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변액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의 낮은 위험액 부담, 자본버퍼 및 이익창출력 등을 고려할 때 미래에셋생명은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