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하루평균 7원 요동 …"수출입 기업 모두에 毒"

한우람 기자(lamus@mk.co.kr),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3.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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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원화값…변동폭 세계 4위 韓경제축 흔들
韓기업 대미투자 급증하자
외환시장서 달러 수요 늘어
완충 역할할 시장조성자 없고
알고리즘 단타매매도 기승
당국, 뾰족한 대책없이 뒷짐만

지난해 3월 시작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원화 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호등'이 빨간불과 파란불을 오갈 때마다 미 달러가 강세와 약세를 보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한국은 최근 경상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재차 원화 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조짐이다.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2.0원 내린 1324.2원에 마감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23일 1193.6원을 기록한 이후 1년1개월 동안 1100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개월 동안 원화값은 완만한 하락세가 아닌 유례없이 가파른 오름세와 하락세를 오가며 국내 기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로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9월 28일 1439.9원까지 20.6% 절하됐다가 4개월이 조금 지난 지난달 2일에는 1220.3원으로 15.3%나 급등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10일까지 한 달여 만에 103.9원(8.5%)이나 빠지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과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흐름을 보인다"며 "코로나19 때 풀린 글로벌 유동성 회수 과정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물가·고용지표가 올 들어 잇따라 견조하게 나옴에 따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금리 관련 발언이 보다 '매파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변동성 확대 요인이다.

한국 자체적인 요인도 있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까닭에 외국인 환전 물량은 이 같은 급등락 속도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심화로 인해 시장에 양방향 유동성을 공급해 변동성 완충 역할을 해주는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가 사실상 사라져버렸고, 이 같은 시장조성자 공백을 틈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통화선물 시장을 통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통화선물 시장에서 외국인 알고리즘 매매 관련 물량은 선물시장을 중개하는 증권사를 경유해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원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화시장에서도 알고리즘 매매가 늘어나며 글로벌 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왑은 당시 급락하던 원화값을 진정시켰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용 달러를 한은이 대신 공급해 외환시장 달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대중 수출로 달러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며 올 초까지 원화는 유독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부진해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사그라들었고, 직접 대미투자에 나선 우리 기업의 달러 수요는 늘어나면서 시장 분위기가 돌아섰다. 원화값 약세 가능성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전망이 현실화하면 서울외환시장은 달러 수요 우위 시장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원화값 약세 심화가 재개되면 우리 수출입 기업 모두에게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원화값이 급격한 절하로 오버슈팅하면 수입 기업은 당연히 울상일 것이고, 원자재 가격 역시 오르기 때문에 수출 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화예금 잔액이 최근 고공 행진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 자금"이라며 "최근 비용 요인 악화로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달러 보유를 통해 위험 헤지에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구두 개입이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시장개입)을 통해 원화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정도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환율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당국이 지닌 카드가 마땅찮다는 한계도 있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 이를 막아서기 위한 달러 매수 개입은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을 당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 국면에서 무리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면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어 국가 펀더멘털이 훼손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통화스왑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전 한도가 없는 캐나다와의 상설 통화 스왑을 포함해 중국·스위스·인도네시아·호주·아랍에미리트·말레이시아·튀르키예 등 8개국과 통화스왑을 맺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일본과 아직까지 통화스왑 협정이 재개돼지 않아 '차포 떼고 장기 두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우람 기자 / 홍혜진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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