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을 거라는데 외국계증권사는 목표 주가를 반토막냈다”…삼전·하이닉스 앞날은 [위클리 반도체]
[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9월 셋째주]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던 중에 두 가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모건스탠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크게 낮췄다는 나쁜 소식도 함께였습니다.
이제 ‘반도체의 봄’이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절반 수준까지 낮춘 겁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장이 열리자마자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죠. 다시 한번 저승사자가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셈입니다. 이번주 위클리 반도체에선 모건스탠리 경고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앞날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습니다. 투자 의견은 비율 확대(overweight)에서 비율 축소(underweight)로 2단계나 끌어내렸죠. 그렇다면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모건스탠리는 4분기에는 D랩 업황이 고점을 찍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핵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에는 HBM 공급량이 250억Gb에 달하면서 수요량 150억GB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쟁 과정에서 HBM 공급량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 봤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를 0~3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꺾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51%(6월) → 50%(7월) → 39%(8월) 순으로 낮아지고 있어요.
그러나 반도체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박한 평가를 했던 게 처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 맞춤형’ 제품이라는 점도 과거와는 다릅니다.
고객사 품질 검증을 통과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HBM 양산·납품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범용 D램처럼 반도체를 찍어낸다고 해서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도 HBM까지도 완판이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콘퍼런스콜에서도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일반 D램과는 시장 구조와 양산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은 1년 이상 고객 계약 물량을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어 투자 증가는 제품 주문량 증가를 의미한다”며 “인공지능(AI) 산업 내 경쟁 심화로 HBM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공급사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 낙폭은 더 컸습니다. 지난 19일에만 장중 11% 하락했습니다. 순식간에 15만원 선도 무너져내렸고요.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곧 닥친다고 했는데, 벌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꽁꽁 얼어붙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에는 AI 거품론이 불거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했었는데요. 8월 5일 하루에만 삼성전자는 10.30%, SK하이닉스는 9.87% 하락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덕분에 반등하기는 했지만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오면서 상승분을 도로 반납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3분기 실적에 기대를 거는 주주들도 있습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3분기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 매출은 217억1200만달러(약 29조원), SK하이닉스 매출은 128억3000만달러(약 17조원)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어요.
특히 SK하이닉스는 점유율 7.3%로 인텔을 꺾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엔비디아(16.0%)와 삼성전자(12.3%)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셈이죠. 여러 차례 불거졌던 HBM 공급 과잉론을 이겨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 랠리를 시작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체코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원전 사업 수주를 굳히고자 체코를 직접 찾아 나선 것이죠. 체코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도 포함됐습니다. 체코 정부는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부문에서 한국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뜻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중국에서 주요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설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인텔도 독일 공장 건립을 중단한 마당에 삼성·SK가 체코와 깊은 협력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럽 순방 일정이 끝날 때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심기일전에 나설 겁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력 조정을 비롯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SK하이닉스보다 위기감이 큰 상황인데, 유럽 출장을 마친 이 회장이 뾰족한 해법을 들려줄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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