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렉서스 LS는 일본차의 고급화를 선언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조용한 완벽함’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를 정조준했고, 실제로 정숙성과 품질에서는 독일차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25년 현재의 LS는 한때의 위상을 잃고,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디자인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렉서스는 플래그십 모델 LS에 과감한 스핀들 그릴을 적용하며 개성을 드러내려 했지만, 소비자 평가는 엇갈린다. 고급스러움보다는 과장된 장식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많아, 정제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과 비교해 밀리는 모습이다. 플래그십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품격’이라는 요소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내 구성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렉서스 특유의 정밀한 마감은 여전히 강점이지만, 디지털 UX에서 시대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크다. 불편한 터치패드, 낡은 UI, 제한적인 커넥티비티는 프리미엄 세단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반대로 S클래스는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OTA 업데이트까지 제공하며 ‘디지털 럭셔리’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에서도 차이가 벌어진다. LS500h 하이브리드는 정숙성과 효율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주행 성능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독일 경쟁 모델들은 고성능 가솔린, 디젤, PHEV,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폭넓은 라인업으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렉서스가 차세대 LS에서 고출력 하이브리드와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더 밀릴 수밖에 없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LS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일 플래그십들이 최신 에어서스펜션과 첨단 차음 기술을 적용하면서 이마저도 압도적인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늘었다. 예전처럼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달린다’는 이미지를 되살려야 소비자들이 LS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렉서스 LS는 여전히 내구성과 신뢰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일본차 특유의 정밀한 조립 품질, 잔고장이 적은 전자장비, 비교적 저렴한 유지비는 장거리 운행이 많은 오너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과 효율은 도심 주행에서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고급 세단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고장 안 나는 차’가 아니다. 오너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감성 가치, 그리고 브랜드가 주는 자부심이 핵심이다. 이 점에서 벤츠 S클래스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고급 호텔과 같은 인테리어, 최신 자율주행 보조 기능, VIP 전용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차 이상의 경험’을 완성한다. BMW 7시리즈는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하며, 젊은 소비자층까지 사로잡고 있다.

아우디 A8 역시 기술적 혁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콰트로 사륜구동은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장하며, 최신 디지털 UX는 직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반면 렉서스 LS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감성에 머물러 있어, 신세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렉서스 LS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디자인 철학부터 재정립이 필요하다. 과장된 스핀들 그릴 대신 절제된 품격을 담아야 하며, 파워트레인에서는 고출력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최신 디지털 UX와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동시에 제공해야만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LS는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다. 잔고장이 적고 유지비가 낮으며,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과 직접 비교했을 때, 과연 1억 원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만큼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렉서스가 2030년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차세대 LS는 전기차 버전으로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조용한 완벽함’을 전동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다면, LS는 다시금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S클래스의 대체재’라는 위치조차 지키기 어려울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LS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는 모델이다. 문제는 단순한 상품성의 부족이 아니라,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진짜 고급차가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지 않는다면, 렉서스 LS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한때 S클래스의 대항마였던 그 이름을 되찾기 위해, 렉서스는 지금이야말로 변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