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목적은 완치가 아닌 '통증 관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지난해 182만 명으로 2014년 128만 명과 비교해 지난 10년 사이 42% 증가했다. 척추협착은 50대 이상이 약 96%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폐경 및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여성에게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이 발병한다. 정도와 증상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노년층 여성 대부분에게 협착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척추에는 척추뼈를 따라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는데, 이것을 척추관이라고 부른다. 뇌에서 뻗어 나온 신경이 허리까지 길게 지나가는 터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척추관 속으로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때 척추관이 좁아져서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이 연결돼 있는 목부터 꼬리뼈까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한 곳에서만 발생하기보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반에는 허리와 다리 통증이 나타나고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수준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통증을 참는 과정에서 허리가 굽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주로 허리와 엉덩이 통증으로 시작해 허벅지 뒤가 땅기고, 심하면 종아리에서 발바닥까지 저릿함을 느낀다. 허리를 바로 펴기가 힘들고 밤에 잘 때 쥐가 잘 나기도 한다. 눕거나 앉아 있을 때는 괜찮다가 일어서서 걸으면 엉덩이나 다리가 당기고 시려서 자주 앉아서 쉬었다 가야 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심한 경우 횡단보도를 한 번에 건너기가 힘들 정도로 보행 장애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한 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질 수 있고, 드물게 마비 증상이나 대소변 장애도 발생할 수 있어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다리가 아프다는 점에서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한데, 계속 아픈 디스크와 달리 협착증은 주로 걸을 때 아프다. 디스크는 허리와 다리가 함께 아프고,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보다 엉덩이나 다리, 발 쪽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세에 따라 정반대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는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덜하고 앉으면 심해지는데, 척추관협착증은 똑바로 서거나 걸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앉으면 덜해진다. 척추관협착증은 몸을 세울 때 비대해진 인대나 관절 가시 뼈들이 수평으로 척추관을 압박하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완화된다. 그래서 환자들이 허리를 굽히고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아 '꼬부랑 할머니 병'이라는 별명이 있다.
치료의 핵심은 기능이 떨어지고 약해진 근육과 인대 남은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통증을 제거하고, 신경 압박을 줄여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늘려주는 것이다. 초기부터 중기까지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비수술적 치료에 중점을 두어 진행한다. 단순 요통은 2~3일간 침상 안정이나 보조기, 복대 등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기본적인 비수술 치료로는 진통소염제나 근이완제 등의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재활 운동치료 등이 효과가 있다. 통증이 조금 더 심할 경우에는 주사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허리 수술을 하면 나중에 못 걷는다거나 평생 병으로 고생한다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있다. 다리 마비 증상이나 대소변 기능장애 등 심각한 장애가 온 후에는 수술해도 회복되기가 힘들기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치료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피부 절개를 통해 수술해서 수술 시간도 길고 조직 손상 위험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도입으로 조직 손상이 거의 없고 회복도 빨라져 환자의 부담이 줄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약 7㎜ 정도의 작은 구멍 2개를 뚫어 한쪽에는 초고화질 내시경을, 다른 쪽에는 수술 기구를 넣어 두꺼워진 인대와 뼈를 제거해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법이다. 근육 절개가 없으니 감염이나 합병증, 흉터 걱정이 줄어들고,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의 치료는 완치가 아닌 통증을 조절해서 덜 아프게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척추 수술은 한 부위, 가장 심한 곳만 수술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체계적이고 정확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허리에 충격이 가는 행동을 삼가고, 바른 자세와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한성훈 창원힘찬병원 의무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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