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D-2, 주도권 뒤집힐까
공개매수 성공해도 MBK보다 의결권 적은 최윤범 회장
최 회장, 국민연금 지지 못 받으면 MBK 승리로 끝날 듯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예정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어느 한쪽도 경영권 완전장악을 위한 과반 지분 확보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 이후에는 주주총회 의결권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먼저 끝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결과(지분 5.34% 확보)에 대해 실패한 작전이라며 '성공호소인'이란 표현을 썼다. MBK-영풍 연합이 최초 공개매수 발표 당시 제시한 최소 목표수량(6.98%)에도 못 미쳤고, 경영권 분쟁의 요충지인 영풍정밀도 최 회장이 그대로 지키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23일 마감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가 어떻게 끝나더라도 지분율 싸움에서는 여전히 MBK-영풍 연합이 우위에 설 전망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가 주총 이후 변수다. 공개매수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분석을 해봤다.
현재 MBK-영풍은 지분 48.47%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5.65%이며, 현대차·한화·LG화학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총 34.01%를 확보중이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목표치인 20%를 사들인다고 가정해 봤다. 이때 고려아연과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베인캐피털은 2.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17.5%의 자사주를 얻는다.
이렇게 공개매수가 끝나면 최 회장 우호세력 지분은 36.51%로 늘어난다. 다만 MBK-영풍 연합의 38.47%에는 여전히 모자란다.
지분율로 비교했지만 주주총회는 지분싸움이 아닌 의결권 싸움이다.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고, 기존 보유한 자사주 2.41%에 최윤범 특수관계인에 속한 경원문화재단(0.04%)은 의결권이 없다. 이를 제외하고 계산한 의결권은 최 회장 45.57%, MBK-영풍 48.06%으로 격차는 2.49%포인트다.
특히 고려아연이 20% 물량을 공개매수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재 유통물량에서 국민연금의 지분을 빼면 20%보다 적기 때문이다.
국민연금(현재 지분율 유지 가정)이 공개매수에 참여하고 나머지 주주들도 모두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안분 배정을 하게된다. 이때 국민연금이 공개매수로 처분하고 남는 지분은 1.99%가 된다. 이렇게 되면 공개매수 이후 국민연금이 최 회장을 지지하더라도 최 회장은 MBK-영풍 연합을 이길 수 없고, 남은 유통물량 4.39%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다만 고려아연이 임직원 백기사 카드를 사용하면 지분 격차는 0.73%포인트로 좁혀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기존 보유한 자사주(2.41%)를 원칙적으로 내년 2월까지 처분할 수 없지만, 5월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해 취득한 1.4% 물량의 자사주는 계약기간 만료(11월)와 함께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의결권을 살려낸다면 우호지분은 46.5%로 늘어난다.▷관련기사: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직원 백기사' 카드 나오나(10월17일)
국민연금이 현재 지분율을 유지한 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가정해봤다. 이때는 주주총회 표 대결이 오로지 국민연금 입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최 회장 지분과 MBK-영풍 지분, 국민연금 지분, 자사주 물량을 제외한 유통물량은 17.82%다.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유통물량 전부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때는 목표수량(20%)을 모두 채우지 못하며,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각각 비율대로 안분 매수한다. 따라서 베인캐피털이 확보하는 지분은 2.16%가 된다. 이를 합친 최 회장 우호지분은 36.17%로 높아진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43.84%(최 회장)대 46.67%(MBK-영풍)로 2.83%포인트 격차가 나게 된다. 임직원 자사주 부여로 최대한 의결권을 끌어모아도 44.77%(최 회장)대 45.89%(MBK-영풍)로 의결권에서 밀린다.
다만 자사주 소각 효과로 국민연금 의결권은 9.34%까지 올라간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용 방향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만약 국민연금이 어느쪽 손도 들어주지 않고 중립을 유지한다면 결과는 MBK-영풍의 승리가 된다. 국민연금의 지분을 제외하면 MBK-영풍의 실질 의결권이 50.62%로 늘어나 과반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으나 실질적으로 모든 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일부 주주의 참여도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공개매수에 15%가 참여한다고 가정해 봤다.
이때는 베인캐피털이 안분 매수로 1.87% 지분을 확보해 최 회장의 지분율이 35.88%로 오른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42.46%로, 여전히 MBK-영풍보다 의결권이 밀리는 상태다. 임직원 백기사 카드까지 활용하면 43.4%대 44.82%로 1.42%포인트 격차가 난다.
이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의 선택에 주주총회 결과가 갈린다. 중립을 선택한다면 MBK-영풍이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선다. 의결권 기준 49.32%를 확보한다. 주총 출석률이 100%를 기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과반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은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안건을) 넘겨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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