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으로 사라지는 63빌딩 아쿠아리움의 마지막 풍경

안녕하세요. 서울 아쿠아플라넷 63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온 객원 에디터 김정년입니다. 사실 리뷰할 생각 없었습니다. 그냥 연차 내고 쉬러 갔습니다. 그런데 관람하며 마음을 바꿨어요.

“엄마가~엄마 애기 때~물고기 보러 여기 왔었어.”

이건 다섯 살 어린이와 함께 머메이드쇼를 기다리던 어머니 곁에서 들은 말인데요. 옆에 있던 서른다섯 아저씨는 괜히 울상이 되고 말았답니다. “어머니…저도요…”

이곳은 ‘여의도 수족관’ 혹은 ’63빌딩 아쿠아리움’으로 불렸습니다. 250여 종 3만여 마리의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던 한국 최장수 아쿠아리움이었고, 지난 39년 동안 9천만 여명이 다녀갔다고 해요.

9천만 명이면 대한민국 사람이 거의 두 번씩은 다녀왔다는 뜻이잖아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가 품은 비일상적인 풍경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그걸 반복해서 구경했다는 게 새삼 놀랍지 않나요 여러분?

[MV] 검정치마(The Black Skirts) – ‘내 고향 서울엔’ (In My City Of Seoul)

여담이지만, 검정치마 3집 수록곡 <내 고향 서울엔> 뮤직비디오에 나온 63빌딩 모습을 정말 좋아합니다. 2절로 넘어가는 간주 때 63빌딩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다본 한강, 수족관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짧게 스치는데요. 짧게 편집된 기록영상이 감성적인 연주와 맞물리며 환상적인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이 모습은 20세기 전후에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유하는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TV나 라디오에서 앞다퉈서 여의도 수족관의 폐업 소식을 전한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최초는 아니지만, 최선이었던

아쿠아리움은 살아있는 수중 생물을 전시·교육하는 테마파크이자 수중 생물을 조사·보존하는 연구시설이죠. 한국 아쿠아리움의 역사는 1977년 부산 용두산 공원 수족관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40평 규모 전시공간에 희귀종 소형 물고기를 전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5년 주요 일간지에 실린 63씨월드 광고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드디어 오늘의 리뷰 장소인 여의도 63빌딩 수족관이 등장합니다. 그때 이름은 63씨월드. 유리 대신 투명 아크릴을 사용하고, 해수어를 위한 대형 수조를 마련한 현대식 아쿠아리움으로 한국 테마파크 역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만들었죠.

건축 당시 동양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설을 지은 것만 해도 대단한데, 거길 가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바다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니.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고 관광지도 많지 않던 20세기 서울의 최첨단 아쿠아리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열광하는 관광 콘텐츠 아니었을까요?

물범이 몸을 뒤집어서 헤엄친다는 걸 알려준 도시 속 테마파크. 어느덧 39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고 국내 아쿠아리움 세계는 한층 더 성숙해졌습니다. 특히 아쿠아리움 운영 주체인 한화그룹에서 국내 곳곳에 더 크고 더 쾌적한 건물을 올렸어요. 여의도에 살던 인기동물도 다른 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며 조금씩 여의도 수족관의 볼거리는 줄어갑니다.

63빌딩 복합문화시설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고 시설도 점점 낡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의도 수족관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했죠. 이제 여의도 수족관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바뀝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퐁피두 센터가 서울에 분관을 여는데요. 그 자리가 여의도 63빌딩으로 합의됐어요. 지하 수족관 시설은 최고층 전망대와 더불어 전면 리노베이션. 2025년 개장을 목표로 합니다. 공사 기간 동안 여의도 63빌딩 복합문화시설은 이용이 어려울 전망입니다. 맑은 날, 전망대에서 서울 전체를 내려다보는 건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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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 전망대 티켓까지 묶어서 입장료 3만 2,000원을 현장결제했습니다. 통신사 할인 20%는 덤. “나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 돌아왔어요 거북아저씨. 저 기억 나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입구로 나아갑니다. 제가 어릴 때 여의도 아쿠아리움에 왔던 기억은 꽤 선명해요. 새까만 복도, 환한 수조, 그 속을 헤엄치는 해양생물들. 낯선 것과 마주하며 느낀 반가움 혹은 두려움. 그건 제 기억에 남은 최초의 환상적 체험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뭔가 좀 다른 게 보일까요?

먼저 고백 하나 깔고 갑니다.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다지 환상적일 것도 없었습니다. 일단 여의도 수족관은 생각보다 작고 좁았습니다. 미국 조지아 아쿠아리움이나 오사카 가이유칸이나 사람을 압도하는 대형 수족관에 다녀오신 분들은 확실히 비교체감하실 겁니다. 어렸을 때는 엄청 커다란 곳이라 느꼈는데 말이죠. 대신 전시동선을 영리하게 짜면서 이 한계를 극복한다는 인상입니다. 39년 장수 동물원의 노하우로 승부를 보는 거죠.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2층 구조인데요. 위층에서는 민물에 사는 동물을 많이 보여주고, 아래층에서는 바다에 사는 동물을 많이 보여줍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새까만 복도를 오십보쯤 걸을 때마다 관람객의 시선을 뺏는 환한 수조가 나타납니다. 작은 해파리가 잔뜩 있는 작은 공간부터 커다란 가오리가 헤엄치는 큰 공간이 서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죠.

사람을 동선 하나에 몰아넣고 출구로 강요하는 구조가 아닌 데다, 출구도 위층에 있기 때문에 관람을 마치고 나서 아래층 복도를 여유 있게 산책합니다. 어둑한 복도 안에서 모처럼 걷는 여유를 만끽하는 게 좋았어요. 마음에 들었던 수조 앞으로 가서 새로운 걸 발견하며 새로운 놀이를 찾는 겁니다. 저는 새로 구입한 카메라의 설정을 이리저리 만지며, 특별한 포토스팟을 찾으며 놀았습니다. 여자친구 빼고는 다 찍은 거 같네요.

가오리나 상어 같은 대형 생물은 전시장 후반부 중대형 규모 수조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관람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족스러운 전시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투리 공간을 유아차 세우는 곳으로 쓴다거나 머메이드 쇼 같은 대형이벤트가 벌어지는 곳에 관람객을 위한 쿠션을 따로 쌓아두는 디테일은 섬세한 배려 같아서 인상적인 공간활용이었습니다.


물멍하기 좋은 국내 대형 아쿠아리움 6

여의도 아쿠아리움은 무난했고, 저는 이제 더 큰 아쿠아리움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직접 정리해 봅니다. 여러분에게 여의도 아쿠아플라넷 63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큰 국내 아쿠아리움 6곳을 소개합니다. 선정기준은 ‘연면적’과 ‘수조 톤(ton) 량’. 건축물의 바닥면적이 넓어야 특별한 수조를 많이 설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수조는 아쿠아리움에 고유한 볼거리를 만들죠. 잘 만든 수조와 그것을 활용한 특별 프로그램이 아쿠아리움의 품격을 결정짓는다고 봅니다.

1. 코엑스 아쿠아리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기억하시나요? 그 수족관입니다. 전후좌우를 살피며 커다란 물속 세상을 관람하는 터널형 수조가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곳입니다. 해외 업체의 기술협력, 전문 아쿠아리스트 고용·육성 등 선진적인 아쿠아리움 시스템을 구축했죠.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전시 동선이 편리합니다. 서울에서 인생 첫 아쿠아리움 방문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지역 | 서울 강남구
  • 오픈년도 | 2000년
  • 연 면 적 | 9,516㎡ (2,878평)
  • 수조 톤 량 | 3,800톤
  • 이용요금 | 성인 및 청소년 3만 3,000원 / 어린이 및 경로 2만 9,000원

2. 씨 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

해운대 백사장 밑에 초대형 아쿠아리움이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80m 길이 터널에서 해양 생물을 올려다보는 게 압권이죠. 동물을 돌보는 아쿠아리스트의 먹이주기 공연 뿐만 아니라 생물보호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레고블록으로 만든 전시장인 브릭맨 원더월드와 바로 연계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쿠아리움 운영사가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멀린앤터테인먼트라 그런가 봐요. 어린이와 동행하는 가족 관람객과 생태환경보전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지역 | 부산 해운대
  • 오픈년도 | 2001년
  • 연 면 적 | 12,066㎡ (3,650평)
  • 수조 톤 량 | 3,500톤
  • 이용요금 | 대인(14세 이상) 3만 1,000원 / 소인 2만 6,500원 / 경로 및 장애인 2만원

3.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좋지만, 좀 더 쾌적한 수족관을 찾는다면 여깁니다. 규모, 시설, 생물종수, 전시구성 모두 흠잡을 부분이 없는 올라운더형 아쿠아리움. 가장 눈에 띄는 건 메인 수조에 직접 들어가는 유료 다이빙 프로그램인데요. 비전문가도 안전교육을 마치면 아쿠아리스트처럼 수조에 직접 들어갈 수 있어요. 스킨 스쿠버 수료증을 갖고 있다면 도전! [다이빙 프로그램 안내 링크는 여기](https://tinyurl.com/4mz7wmuu)

  • 지역 | 서울 송파구
  • 오픈년도 | 2014년
  • 연 면 적 | 11,240㎡ (3,406평)
  • 수조 톤 량 | 5,200톤
  • 이용요금 | 성인 및 청소년 3만 5,000원 / 어린이 및 경로 2만 9,000원

4. 아쿠아플라넷 여수

2012 여수 엑스포에 발맞춰 건설된 여의도 수족관 5배 규모의 아쿠아리움. 자연광이 건물 구석구석을 비치는 지상 건물로 앞서 소개한 아쿠아리움에서 느낄 수 없는 밝고 환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터널형 수조는 물론, 360도 전방향에서 관찰가능한 돔 수조가 아시아 최초로 설치됐어요. 개인적으로 국내 아쿠아리움 중, 전시된 생물이 수조 안에서 가장 다채롭게 살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KTX가 정차하는 여수엑스포역 바로 앞이라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 지역 | 전라남도 여수
  • 오픈년도 | 2012년
  • 연 면 적 | 16,400㎡ (4,961평)
  • 수조 톤 량 | 6,030톤
  • 이용요금 | 성인 3만 6,400원 / 청소년 및 경로 3만 3,400원 / 어린이 3만 1,400원

5. 아쿠아플라넷 제주

대한민국 최대 규모 아쿠아리움. 뮤지컬과 서커스를 합친 특별한 동물생태설명회가 자랑거리입니다. 한편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처럼 초대형 패널 수조를 지었는데요. 폭 23m, 높이 8.5m의 액자형 창 앞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주 아쿠아리움 공식 유튜브에서 이곳을 24시간 스트리밍하고 있는데요. 랜선 물멍도 나름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링크는 여기](https://tinyurl.com/yfws6ms3)

  • 지역 | 제주도 성산
  • 오픈년도 | 2012년
  • 연 면 적 | 25,600㎡ (7,744평)
  • 수조 톤 량 | 10,800톤
  • 이용요금 | 성인 4만 2,400원 / 청소년 및 경로 4만 600원 / 어린이 3만 8,500원

6. 아쿠아플라넷 일산

규모는 63빌딩 수족관의 4배. 수도권 최대 규모 아쿠아리움입니다. 앞선 아쿠아리움과 마찬가지로 있을 건 다 있습니다.멀리서 보면 건물이 커다란 배를 닮았는데요. ‘노아의 방주’를 건축 모티브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멸종위기를 막은 생명의 배답게 해양생물 뿐만이 아니라 육상생물까지 보존하는 곳입니다. 바다코끼리 ‘메리’가 간판스타인데요. 아쿠아리스트와 교감하는 바다코끼리의 모습은 에버랜드에서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를 지켜볼 때 처럼 흐뭇해질지도. 생태설명회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로그램 일정 확인은 여기](https://tinyurl.com/jasufc9r)

  • 지역 | 경기도 일산
  • 오픈년도 | 2014년
  • 연 면 적 | 14,600㎡ (4,417평)
  • 수조 톤 량 | 4,300톤
  • 이용요금 | 대소공통 3만 3,000원 *36개월 미만 무료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