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의 미소’ 나온 곳…황룡사 견줄 대웅전 터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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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금당에 필적하는 거대 금당 터가 출현했다.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최근 경주 사정동 285-6번지 흥륜사 터 일대를 발굴조사한 결과 황룡사 금당과 견줄 만한 규모의 '대형 금당 터'를 찾아냈다고 25일 발표했다.
2중 기단에 차양칸을 들인 금당 유적은 경주에서는 황룡사 중금당 터(584년), 사천왕사 금당 터(679년) 말고는 전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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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금당에 필적하는 거대 금당 터가 출현했다. 일제강점기 미소 띤 신라인 얼굴을 빚은 수막새기와의 출토지로 알려진 옛 흥륜사 유적 안에서 자취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최근 경주 사정동 285-6번지 흥륜사 터 일대를 발굴조사한 결과 황룡사 금당과 견줄 만한 규모의 ‘대형 금당 터’를 찾아냈다고 25일 발표했다. 금당은 큰 부처(본존불)를 봉안한 절집의 중심 건물로, 오늘날에는 흔히 ‘대웅전’이라 부른다.
이 금당 터는 매장문화재조사기관인 서라벌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절터 영역을 처음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단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쓴 것으로 보이는 위층·아래층의 2중 기단과 내·외진을 갖춘 직사각형의 대형 건물 얼개를 확인했다. 아래층 기단부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한 용도의 주춧돌인 차양초석을 놓은 사실도 밝혀냈다. 2중 기단에 차양칸을 들인 금당 유적은 경주에서는 황룡사 중금당 터(584년), 사천왕사 금당 터(679년) 말고는 전례가 없다. 금당 터 내부 흙층에 있는 기단석과 초석 사이 높이는 230㎝로, 황룡사 중금당 터 기단 높이 110㎝의 두배 이상 된다. 국내 고대 사찰 금당 유적 가운데 가장 높은 기단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원 쪽은 금당 건물이 적어도 3단계 이상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창건기인 삼국시대 유적은 보이지 않으나, 터에서 삼국시대 연화문 수막새가 출토됐고, 금당 터 앞에서 드러난 폐기된 기와들 무지에서도 삼국시대 말~통일신라시대 초 쓴 연꽃무늬 곱새기와가 나와 삼국시대 금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뒤 8세기 전반에는 금당 북동쪽 모서리에 가구식 계단석을 놓은 대형 기단 건물로, 9~12세기에는 넓은 차양칸을 갖춘 대형 건물로 변화된 양상이 확인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흥륜사가 황룡사 못지않은 거대한 규모의 사찰이었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이 일단 중요하지만 유적 하층부 조사는 진척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어질 후속 조사도 주목되는 부분”이라며 “문자가 새겨진 명문유물이나 불상을 놓은 대석, 여러 공예품 같은 것들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흥륜사는 사서인 ‘삼국유사’에 3세기 미추왕 때 세워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사찰로 알려져 있다. 6세기 이차돈이 순교한 뒤 법흥왕~진흥왕 때 승려 아도에 의해 큰 절로 중창됐다고 전해진다. 사정동 절터는 일제강점기부터 흥륜사지란 제호의 사적으로 명기돼 관리됐고, 해방 뒤인 1963년 같은 이름의 국가사적으로 등재됐으나, 유적에서는 조각 거장 양지스님이 활동한 ‘영묘사’(靈廟寺) 절 이름을 새긴 기왓장들만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절터를 영묘사 터로 지목해왔고, 실제 흥륜사 터로는 지난 2009년 ‘흥’(興) 자를 새긴 신라 수키와 조각이 출토된 절터 북쪽 경주공고 자리를 꼽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도 춘추문화재연구원이 이곳에서 발굴조사를 벌이다 11~12세기 고려시대 향로와 촛대, 금강저 등 불교 공예품들이 들어찬 철솥과 ‘영묘사’란 절 이름을 초서풍으로 새긴 명문기와 등을 찾아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연구원 쪽은 발굴조사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26일 오전 11시에 열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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