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수술 반토막, 집단휴진에 환자·직원 ‘패닉’

서울대병원 교수 54.7% 파업…정부 구상권 청구 강경대응
ⓒ르데스크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자 병원 일대에 불안감과 공포가 감돌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이 밀리고 있고 임직원들은 당장 수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서울대병원에서 교수 529명이 휴진한다. 이는 전체 교수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54.7%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가동을 최우선 방침으로 두고 나머지 수술 일정과 진료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력이 부족해진 만큼 남은 전문의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진료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갑상선암 전문의가 휴진에 들어갔다면 다른 암 전문의가 갑상선암까지 진료를 보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급한 수술이나 진료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고 기존에 계획은 환자들과 소통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급한 진료부터 해결하기 위해 분야가 비슷한 전문의들이 휴진 전문의들의 공백까지 일단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사진은 응급실로 호송되는 환자. ⓒ르데스크

서울대병원 집단 휴진 사태에 환자들은 큰 공포에 빠져있다. 서울대병원 암 센터에서 만난 김희영(63·가명) 씨는 집단 휴진에 항암 예약이 변경됐다. 김 씨는 “유방암이 있어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더 급한 환자들이 있다 해서 치료 일정이 바뀌었다”며 “항암치료가 밀려 병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또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리 수술을 받으러 온 최기현(36·가명) 씨 또한 수술 일정이 뒤로 밀렸다. 최 씨는 “이미 한번 밀렸던 수술이 이번 파업으로 또 연기됐다”며 “파업이 없었다면 수술은 물론이고 회복까지 끝내고도 남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술이 계속 밀리니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검사만 계속 다시 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담당의가 사라진 것에 대한 공포감도 호소했다.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김웅학(60·남) 씨는 “검사부터 수술까지 담당했던 전문의가 휴진에 들어갔다”며 “수술은 잘 끝났지만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봐주셨던 전문의분이 나가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환자들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 임직원 또한 일자리 걱정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 집단휴진으로 서울대병원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해고될 수 있기에 우려 크다.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 김지혜(가명) 씨는 “연봉 인상은커녕 감봉만 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감봉된 건 아니지만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오프가 늘어난 만큼 사실상 수익이 줄어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병원은 위급한 환자들을 우선 진료하고 있다. 수술 일정이 밀린 환자들은 불만과 공포감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환자. ⓒ르데스크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나는 다행히 2020년 정규직으로 전환돼서 한숨 돌리고 있지만 다른 비정규직 동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여기서 상황이 조금만 안 좋아지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직원들은 당장 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 무기한 휴진은 서울대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도 오는 27일부터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의대 교수들도 추가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또한 이번 파업에 강경 대응하는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학병원장들에게 교수 집단 휴직으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또 병원에서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정부는 스스로 일으킨 의료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계획대로 휴진과 궐기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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