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출신 항일독립운동가 김주석 작품 드디어 임시보관소로 옮겼다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경남 1세대 화가인 김주석(1927~1993년) 선생 작품들이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창원 마산합포구) 임시보관소로 옮겨졌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갑자기 폐점하면서 백화점 갤러리 수장고에 보관해온 작품 400여 점이 방치될 뻔한 상황은 면했다.
㈔괴암김주석기념사업회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며 한숨 돌렸다. 하마터면 곰팡이로 뒤덮여 작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괴암 김주석 기념미술관'으로 다시 옮겨야 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기념미술관은 김 선생이 타계하기 전까지 살던 반월중앙동 주택을 유족이 개조한 공간이다. 재개발구역 관리처분 대상에 포함됐고 항온·항습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김 선생 작품 보관 문제가 불거지자 창원시의회가 나섰다.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 행정이 움직였다. 마침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커뮤니티 공간 일부가 비어 있어 임시보관 장소로 지정했다. 보관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김진태(72) 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백화점 폐점으로 지난 15일까지 작품을 빼라고 했는데 통사정을 한 끝에 이달 말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며 "사흘 동안 배우자와 옮겨갈 곳을 청소하고 지역 예술인 손을 빌려 작품을 겨우 지난 28일 옮겼다"고 말했다.
김 선생 맏사위로 기념사업회 일을 도맡은 그는 며칠 동안 백화점과 임시보관처를 오가면서 더위를 먹어 결국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러면서도 "발을 동동 구르던 중에 거처를 마련해 준 창원시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동진 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창원시 유휴공간을 물색한 끝에 임시지만 보관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역 문화예술 자산을 지키는 데 충분치 않지만 지원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일제강점기 진해에서 태어났다. 경성전기학교(현 수도전기공고) 재학 시절 1943년 항일결사대 건으로 체포돼 헌병대에서 고문을 받았던 일을 스케치 형식으로 남겼다.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마산헌병분견대 전시관에 가면 그림을 볼 수 있다. 이후 통영에서 미술 교사 생활을 시작해 마산여중·제일여중·제일여고에서 46년 동안 미술교육에 헌신했다. 마산문화협의회 산하 미술분과 '흑마회'를 만들어 이림·이준·문신 등과 활발하게 활동했다.
기록에 몰두했던 김 선생은 1945년 8월 15일 그날을 일기로 남겼다. 경남기록원이 디지털 작업으로 복원한 일기는 다음 달 1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경남도 주최 79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전시된다.
전가희 경남기록원 기록정책팀장은 "김주석 선생 작품이 오갈 곳 없다는 소식을 보도로 알게 돼 유족이 운영하는 기념미술관을 가봤는데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이라 기록물 훼손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상태가 좋은 기록물 일부를 디지털화했는데 김주석 선생이 일제강점기 고문을 당한 것을 그림으로 남긴 것뿐만 아니라 1945년 8월 15일 쓴 일기는 광복을 맞은 당일 감정과 시민들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신문·저서 등 공공기록물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개인이 일기로 남긴 당시 기록물은 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된 일로 의미가 있어 올해 경남도 주최 광복절 기념행사 중 하나로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