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최저임금·식재료값 인상… 자영업자 ‘삼중고’
[르포] 마산 합성동 식당가 가보니
대다수 건물 임대 현수막에 공실도
최근 3년간 도내 음식점 2501곳 폐업
자영업자 “인건비 감당 안돼 죽을 맛
음식값 인상·배달 주문 포기” 토로
“알바생보다 적게 버는데 왜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해야 할까는 생각이 드네요.”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서 만난 한 식당 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수수료와 배달비가 음식값의 3분의 1은 가져가는 것 같다”며 “재료비, 공과금 주면 많이 남아도 3000원 정도다. 거기다가 최저시급까지 올라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15일 찾은 마산회원구 합성동 일대는 자영업자 눈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대다수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시민들로 가장 붐비는 도심 가운데에도 공실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주말 저녁에는 손님들이 좀 모이지만 낮에는 한산하다”며 “코로나19 때 거리두기가 끝나고 경기가 좀 살아나나 싶었는데 더 죽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카페·식당도 폐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배달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내달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배민은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률을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간 배민은 경쟁사인 쿠팡이츠(9.8%)와 요기요(12.5%) 등보다 비교적 낮은 수수료를 부과했었다.
배민은 수수료 인상 발표 외에도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는 안도 제시했지만, 자영업자의 불만은 크다. 자영업자들은 음식값을 올리거나 배달주문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에 부닥쳤다. 창원에서 배달 전문 덮밥집을 운영하는 박모(34)씨는 “코로나19 때 개업해 솔직히 처음에는 배민 덕을 크게 봤다”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르는 배달비, 식재료값, 인건비로 죽을 맛이다. 인건비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지난해부터 혼자 일하고 있다. 차라리 몸이 힘들고 임대료가 나가도 배달 전문보다는 홀 영업을 해 술도 팔고 하는 게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15일 오전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액으로 따지면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44% 늘어나게 된다”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중소상인 자영업자와 배달 노동자를 착취하고 국민들 외식비 폭등시키는 배민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민 측은 44% 인상 주장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배민은 “‘입점 업주 중개이용료를 44% 인상했다’는 주장은 중개이용료율이 6.8%에서 9.8%로 3%포인트 변경된 것만 반영해 인상분이 커 보이게 하는 주장”이라며 “이번 요금 개편에서는 중개이용료율 인상과 배달비 인하가 함께 적용됐다. 업주 부담 변화를 정확히 보려면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00~900원 인하한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내년도 최저시급이 올해(9860원)보다 1.7%(170원) 오른 1만30원이 된 것도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최근 외식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으면서 기존 시급보다 급여를 더 지급한 사례도 있어 불만이 크다. 마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사람이 붐비는 주말 저녁 알바에는 이미 최저시급으로 1만원 넘게 줬다. 그래야 사람이 구해진다”며 “최저시급이 올랐으니, 그보다 더 줘야 하는데 그러면 남는 게 전혀 없다. 인근 가게들은 대출을 받아 로봇을 빌려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도내 음식점업 폐업점 수는 △2021년 1127곳 △2022년 810곳 △2023년 564곳으로 집계됐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도내 음식점업 총수는 4만4567곳이었지만 1년 뒤 4만3961곳으로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경남 고용 동향’에 따르면 6월 기준 도내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29만9000명이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1.4% 감소한 수치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경남#창원#마산합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