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재개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내 차량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경제적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이들 두 회사는 가격 인상을 유보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관세 시행 이전에 확보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경쟁사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가격 안정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미국에서 평균 2.1%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관세 정책 이후 가격을 조정한 최신 완성차 업체가 됐다. 미쓰비시는 지난 4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한 뒤, 최근에서야 새로운 관세 체계 하에 출하를 재개했다.
포드도 지난달 최대 2,000달러(약 275만 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스바루 역시 주요 모델에 대해 750~2,055달러(약 103만~283만 원)의 가격 인상을 적용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시장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동결 전략은 사전에 미국 현지에 3~4개월 분량의 재고를 비축해둔 덕분에 가능했지만, 이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관세가 추가로 인상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도 점진적인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6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혼다의 35%, 도요타의 51%, 르노-닛산-미쓰비시의 53%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다른 어떤 주요 업체보다 관세 부담을 더 크게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도 대응에 나섰다. 두 회사는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투싼 생산을 멕시코에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준공한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는 연간 20만 대 생산능력을 추가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도 본격화된다. 다만 현재는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로, 지난달 출고된 차량은 총 8,674대였으며, 이 중 6,292대는 아이오닉 5, 2,382대는 아이오닉 9였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