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7.28%, 숨쉴수가 없습니다”…매일 돈 삭제된다는 미국상황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2026. 10.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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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금융시장은 새로운 장기금리 기준점이 어디에 자리 잡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통화 긴축이 실제로 이뤄질 때까지 채권시장은 장기 차입에 대해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투자가 국채 금리 상승의 단일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와 기업의 동시 자금 조달이 시장 수급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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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佛 국채금리 고공행진…美 10년물 5.5% 위협
각국 정부 빚 메우려 국채 발행
기업 AI투자 수요·고유가 겹쳐
국채금리 급상승 악순환 지속
회사채 등 도미노 상승 불가피
가계·기업 금리부담 ‘눈덩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UPI = 연합뉴스]
글로벌 채권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의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민간 자금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비용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실물경제의 ‘돈값’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34%까지 치솟아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만 약 0.9%포인트 올라 1994년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 폭을 보였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매도가 늘어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인 금리는 올라간다.

첫 배경은 물가다.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다시 커졌다. 미국의 지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해 7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 상승률도 3%였다. 모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것도 채권시장에는 부담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 2.2%로 최종 집계했다. 2차 추정치 1.5%에서 크게 상향됐다. 소비와 투자가 성장을 뒷받침했다. 경기가 버틸수록 연준이 긴축을 서둘러 끝낼 필요가 줄어든다는 판단이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당장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더 강해진 것은 아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다음 결정을 서두르기보다 지표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이 반영하는 10월 인상 가능성은 한때 70% 안팎에서 이날 약 25%까지 낮아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변화에도 장기금리가 크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관심이 연준의 다음 회의에서 재정과 장기 자금 수급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8월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재정 적자를 메우고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하려면 재무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을 이어가야 한다. 공급이 늘수록 투자자는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금융시장은 새로운 장기금리 기준점이 어디에 자리 잡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통화 긴축이 실제로 이뤄질 때까지 채권시장은 장기 차입에 대해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붐도 새로운 변수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구축을 위해 대형 기술 기업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올해 발행한 채권 규모는 약 2200억달러로 지난해의 2배를 넘었다. AI 투자가 국채 금리 상승의 단일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와 기업의 동시 자금 조달이 시장 수급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영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6.029%까지 올라 199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도 5.51%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프랑스의 10년물 금리도 약 5%까지 올랐다. 프랑스 국가 부채는 2분기 말 GDP의 119%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에 사상 최대인 3400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2027년 재정 적자를 GDP의 5%로 낮추기 위해 540억유로 규모의 재정 조정안도 내놨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선진국이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정부채에 지급한 이자 비용은 3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IIF가 비교한 세계 AI 지출 2조6000억달러, 청정 에너지 투자액 2조3000억달러, 국방비 3조1000억달러보다 많다. 저금리일 때 발행한 국채가 더 높은 금리로 차환될수록 부담은 커진다.

충격은 이미 미국 가계로 번지고 있다. 국책 주택금융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날 미국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는 7.28%로 전주의 7.03%보다 0.25%포인트 뛰었다. 약 4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 폭이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장기 국채 금리와 주택저당증권(MBS)시장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 금융 비용에도 빠르게 반영된다.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충격은 주택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국채 금리는 회사채와 모기지 등 각종 시장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기업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정부는 이자 지출 부담이 커진다. 가계도 주택과 자동차를 살 때 더 비싼 금융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시장의 질문이 이제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서 ‘높아진 장기금리가 어디에서 새 균형을 찾을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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