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is]② 조주완표 미래비전 'HVAC'…B2B 핵심 사업 육성 '속도'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사진 제공=LG전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LG전자가 기존 기업과개인간거래(B2C)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변동성이 적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기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 속 가파른 성장을 보이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일찌감치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본부 신설을 비롯해 인수합병(M&A)까지 속도를 내며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의 비중을 45%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유럽 OSO社 전격 인수…제품 라인업·해외 거점 확대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노르웨이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업체 OSO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세한 인수 금액은 계약 조건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OSO는 1932년 설립된 이후 히트펌프나 보일러로 가열한 물을 저장하는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전기 온수기 등 난방 및 온수를 아우르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분야에선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LG전자가 유럽 HVAC 시장에서 주력하는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과 OSO의 온수 솔루션 간 시너지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공급의 불확실성 등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공기의 열에너지를 활용해 실내 냉난방 및 온수를 공급하는 공기열원 히트펌프(AWHP) 냉난방 시스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히트펌프에는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안정적으로 충분한 온수를 공급하고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리 저장해 두는 탱크가 필요하다. LG전자는 그간 히트펌프의 온수저장탱크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부터 공급받았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이를 내재화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향후 냉난방과 온수 솔루션을 통합 패키지로 구성해 유럽 HVAC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온수 솔루션을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16억달러(약 410조원)에서 오는 2034년 5454억달러(74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에 따라 성장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 전시회 'ISH 2025'에 참가한 OSO 부스 전경./사진 제공=LG전자

이에 LG전자는 지난해 기존 H&A사업본부에서 HVAC 사업을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특히 최근에는 ES사업본부 내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 개발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술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3B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3B는 빌드, 버로우, 바이의 약자다. 먼저 빌드는 에어솔루션연구소, 아카데미 등을 통해 기술 역량과 인력 강화를 뜻한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 창원, 미국 애틀란타에 이어 3번째다. 해당 시설에서 향후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고효율 공조솔루션을 연구해 맞춤형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HVAC 아카데미의 경우 현재 43개국, 65개 지역에서 운영하며 주거·상업용 냉난방시스템과 고효율 칠러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를 양성 중이다. 올해 말까지 70개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버로우의 경우 주요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후 및 지역별 제품 개발 협력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 극한의 추위로 유명한 지역에서 히트펌프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 대학들과 연구 역량을 극대화 중이다. 바이의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M&A를 뜻한다.

경기 침체 속 실적 '껑충'…LG엔솔 등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

이러한 노력을 수주 성과로도 드러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위치한 메리디안 엑스포 센터(MES)에 HVAC 솔루션를 공급하기로 했다. MES는 아르메니아 최대 전시공간으로 오는 2026넌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4월에는 업계 1위인 일본 다이킨을 제치고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했다. 이 제품은 현지 건축청이 제정한 친환경 건물 인증 프로그램인 그린마크의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엄격한 요구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 ES사업본부는 올 1분기 매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4067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곧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2분기 에어컨 성수기와 맞물려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iM증권은 최근 LG전자 ES사업본부가 올해 매출 9조7710억원·영업이익 8060억원의 연간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HVAC 리더스 서밋 2025'에서 컨설턴트들이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제공=LG전자

한편 ES사업본부의 성장은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 그룹 내 계열사간 시너지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LG CNS는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등에 특화된 만큼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 인프라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비롯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현신균 LG CNS 사장은 3월 서울 모처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책임자(CEO)를 함께 만났다.

이와 관련해 조주완 사장은 "MS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빌딩 에너지 관리 기능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LG CNS의 탁월한 운영 우수성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가전 시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LG전자가 HVAC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국내외 데이터센터 시장 확장에 따라 ES사업부 내 칠러 비중 역시 기존 가정·상업용 제품을 넘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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