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펄어비스, '쿠로이 사바쿠' 日안착 비결은
"끊임없는 소통…비즈니스 확장 계속"
[도쿄=김동훈 기자] 내년이면 펄어비스가 일본 시장에 '검은사막'을 선보인지 만 10년이 된다. 2015년 5월 펄어비스는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에서 검은사막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검은사막은 일본에서 '주이용 한국게임'(PC·온라인 기준)으로 꼽힐 정도로 장수하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이다. '검은사막 모바일'과 엑스박스원·플레이스테이션4 등 콘솔 버전도 2019년 선보였고 2020년에는 검은사막의 일본 직접 서비스를 시작했다.
끊임없는 소통이 10년 장수의 '비결'
한승희 펄어비스 일본 법인장은 최근 도쿄 신주쿠 프론트타워 오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서비스하는 원동력은 모험가분들의 관심, 개발진들의 콘텐츠 업데이트 노력, 일본 운영진들의 소통이 어울려 이뤄낸 성과"라며 "일방통행이 아니라 디스코드, VOC(고객의소리), SNS(소셜미디어) 등의 채널을 통해 수집, 조정, 반영 등 끊임없는 소통방식이 가장 중요한 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와 다르게 일부 한국 PC 온라인 게임들이 일본 시장에서 조기 철수한 이유도 현지 이용자와 소통에 대한 민감도 부족이라는 게 한 법인장의 진단이다.
그는 "경쟁 타이틀은 유저와 소통이 부족해 조기 종료된 것"이라며 "묻지마 패치, CS(고객만족서비스) 접수에 대한 소통 부재, 비정기적인 업데이트 등으로 유저에게 플레이할 만한 가치를 주지 못했던 것, 일본어 로컬라이징 부족에 따른 외국산 게임이라는 인식 등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이용자의 특성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다. 그는 "일본 게이머는 PvE(Player vs Environment)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콘솔 싱글 플레이를 즐기면서 생긴 성향으로 보인다"며 "게임 업데이트나 과금에 불만이 있을 때 개선이 안되면 아무말 없이 조용히 떠나는 성향도 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이용자와 교류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필수적이다. 펄어비스 일본 오피스는 이를 위해 'VOA'(Voice Of Adventurers)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통한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쌓고 있다. 검은사막 모험가들 간의 '명함교환' 이벤트는 2022년 5월에 열린 일본 'VOA'에서 최초로 시도된 이벤트였다.
한 법인장은 "일본 서비스 N주년 기념으로 모험가 약 100명과 함께 미니게임, 추억 소환, 게임 기네스, 현장 퀴즈대회 등을 진행하면서도 소통한다"며 "깜짝 게스트로 본사 개발진이 등장할 때는 모험가들이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펄어비스는 이용자간 대결 기회를 제공하는 한일 교류전 형태의 행사도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IP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현지에 녹아내릴 수 있는 브랜드로서의 크고 작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세계 3대 게임 시장이라 불리는 일본의 이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는 그야말로 이색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일본의 대표적 록밴드 GLAY(글레이), '눈의 꽃'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나카시마 미카와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검은사막 고등어 통조림 제품도 선보였다. 고등어 통조림 제품명이 '사바'(고등어)인데 이는 검은사막의 일본식 발음인 '쿠로이 사바쿠'와 유사하다. 인기 만화 IP '베르세르크', 게임 'THE KING OF FIGHTERS 98'와 협업한 의상을 내놓기도 했다.
성장하는 브랜드 파워…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로 확장
이는 펄어비스가 모바일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 2018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IP 파워를 현지에서 획득하면서 얻고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 2019년 2월 일본 시장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할 당시 사전 예약자만 150만명을 모았고, 출시 초기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인기 1위·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바 있다.
한 법인장은 "현재 라이브 서비스 되고 있는 검은사막 PC, 모바일, 콘솔, 스팀을 통해 IP 파워가 생겼다고 본다"며 "설립 초기에는 IP 협업을 위한 비즈니스 찬스가 없었다라고 한다면 현재는 만화, 애니메이션 컬래버레이션 이외에도 상품 분야에서 협업하자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펄어비스가 일본 시장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 기회가 열려있는 측면도 있다. 그는 "일본은 아시아 게임시장에서도 중국 다음으로 크고 성장가능한 권역이므로 게임 거점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또한 만화, 애니메이션 등 IP 협력을 통한 콘텐츠 확대도 활발하고 사업 전개가 용이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본 사업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게임사들이 워낙 즐비한 까닭에 일반공채 방식으로는 현지직원 채용이 어렵다. 이런 까닭에 스카웃 방식을 동원하거나 외부 사이트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차기작 '붉은사막'에 대한 일본 현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는 "붉은사막 플레이 영상에 대해 일본 미디어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며 "콘솔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검은사막을 중심으로 모험가와 소통을 끊임없이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차기작 붉은사막을 계기로 펄어비스라는 브랜드를 확장, 견고히 할 것"이라며 "게임에서 파생되는 2차 저작물에 대한 비즈니스 찬스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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