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점 남기지 말라”…‘허위 사실유포·고소’ 강용석 향한 판사의 당부

“피고인은 지식·경험·견문이 저희들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계속 오점을 남기시면 좋지 않을 것 같다. 잘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강용석 변호사. /뉴스1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22호 법정에서 형사항소4-1부 재판장 양지정(50·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가 선고 내용을 모두 읽은 뒤 이렇게 당부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전 법무부 장관)와 금융회사 간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유명 블로거였던 ‘도도맘’ 김미나씨에게 허위 고소를 종용한 혐의(무고교사)를 받는 강용석(55·연수원 23기) 변호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강 변호사는 각 혐의에 대해 별도 기소돼 재판을 받았는데, 이날 재판부는 선고를 한꺼번에 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형량을 변경할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로 피고인과 검찰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각 사건에서 강 변호사에게 벌금 500만원 및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 변호사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 대표 부부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 김경록씨가 한투증권 오너 일가의 친인척이라며 정경유착이 벌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투증권 측은 “김씨는 오너가와 무관한 사이”라며 그를 고소했다.

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라고 인식하지 못했고, 공익을 목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고교사 사건과 관련해선 강 변호사는 2015년 김씨를 부추겨 모 증권사 본부장 A씨를 강간치상죄로 고소하도록 종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법정에서 A씨에게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당한 적은 없지만, 강 변호사가 합의금을 목적으로 허위 고소를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회색 양복을 입고 출석한 강 변호사는 이날 두 손을 쥔 채 묵묵히 선고 내용을 들었고, 마지막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