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25 전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 AI 생중계로 장애인체육 새 지평

박정현 2025. 9.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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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전남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
박정현 전남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

2025년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2일간 전남도 영광군에서 한국 장애인체육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2025 전라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도내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경기 중계방송이 펼쳐진다. 첨단 AI 카메라가 종목별 경기장을 지키며 선수들의 땀방울과 열정을 기록하고, KT스카이라이프의 사회공헌 사업과 맞물려 유튜브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장애인 가정에 희망의 불빛을 전달한다. 단순한 기술 혁신이라 치부할 수 없는 이번 시도는 장애인체육의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남장애인생활체육대회는 현장을 찾은 소수의 관람객들에게만 열려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헌신과 패기,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투혼의 장면들은 정작 가장 가까이서 응원받아야 할 이들에게 쉽게 닿지 못했다. 이동이 제한된 재가 장애인들은 집 안에 머물며 소식을 전해 듣는 데 만족해야 했고, 직접 관람은 꿈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AI 생중계는 이러한 경계를 허물었다. 이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같은 순간에 같은 경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통해 경기를 '본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시청권은 곧 참여의 권리이며, 공동체와 같은 시간, 같은 감정을 공유할 권리다. 장애인체육을 화면에 담아낸다는 행위는 곧 사회가 장애인의 존재와 가치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바로 이 장면에서 우리는 장애인체육을 '복지'나 '시혜'의 언어가 아닌, '정당한 권리'로 다시 불러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진흥정책은 교육·의료·교통 등 삶의 전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전남장애인체육대회의 AI 중계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타난 사회적 결실이다. 사람의 시선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AI 카메라가 담아내고, 그 영상이 수많은 장애인 가정의 안방으로 전달된다. 기술은 곧 다리가 되고, 하나의 창이 되어 서로의 삶을 연결한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체육의 의미가 기술 혁신의 부수적 성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AI로 포착되는 장면 속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 숨쉰다. 휠체어를 타고도 스피드를 이겨내는 투혼, 한쪽 팔을 잃은 채 라켓을 휘두르는 집념, 작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마다 우리는 묵직한 울림을 느낀다. AI는 그것을 기록하는 도구일 뿐, 진정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장애를 넘어서는 인간 정신의 힘이다.

장애는 특정인의 한계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려온 경계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워왔다. 하지만 스포츠만큼 그 편견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대는 없다. 경기가 시작되면 장애 여부는 의미를 잃는다. 오직 속도와 힘,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인간 정신만이 남는다.

장애인체육의 생중계는 이러한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확산할 수 있는 장치다. '장애'라는 단어보다 먼저 '선수'라는 정체성이 부각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동정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경쟁자이자 동료이며, 공동체의 일원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은 공허한 구호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실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체육대회는 단순한 경기의 장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현장이며, 체육을 통해 쌓아올린 경험과 감동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힘이 되며, 이는 곧 지역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묶는 토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의 발걸음은 스포츠를 넘어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여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장애로 인해 구분되지 않고, 다름 속에도 존중과 공존이 당연시되는 사회, 이 대회가 보여주는 연대와 화합의 모습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비전이다.

전남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장애인체육의 활성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웃고 성장하는 사회를 향한 희망의 불씨로 자리 내리기를 소망한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