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경우의수 셌다' 드디어 韓 손 들어준 확률… 모든 게 들어맞았다[월드컵 초점]

허행운 기자 2022. 12. 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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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매 월드컵마다 '경우의 수'를 세는 것은 한국의 관행과도 같았다. 그리고 한국은 항상 그 수를 잡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마치 거짓말처럼 원했던 시나리오가 착착 완성돼갔다. 하늘이 드디어 한국의 손을 잡아줬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 승리와 함께 한국은 조 2위에 오르며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실 16강 진출 확률은 높지 않았다. 이 경기 전 1무 1패, 승점 1점으로 조 3위에 랭크돼있던 한국은 포르투갈전을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조건 이긴다고 해서 16강에 갈 수 있던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즉, 자력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함께 열리는 가나-우루과이전의 결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다는 전제 하에 가나가 이기면 절대 안 됐다. 무승부가 나온다면 가나와 골득실을 가려야 하고, 우루과이가 이기면 우루과이와 골득실을 가려야 했던 한국이다. 그만큼 복잡하고도 어려운 경우의 수였다.

동시간대 열리는 경기였기에 그 과정은 다이나믹했다. 시간 순서로 그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일단 한국의 실점이 먼저였다. 전반 5분 한국 오른쪽 측면을 붕괴시킨 디오고 달롯의 컷백을 받은 리카르도 호르타가 포르투갈의 선취골을 만들었다. 한국이 절망에 빠진 상황.

페널티킥을 실축한 가나의 안드레 아이유. ⓒAFPBBNews = News1

그리고 변수가 가나-우루과이전에서 터졌다. 전반 17분 한국전 멀티골의 주인공인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가 드리블을 치다 박스 안에서 우루과이 골키퍼 세르히오 로체의 손에 걸려 넘어졌다. VAR 판독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가나는 주장 안드레 아이유가 키커로 나섰는데 이를 실축했다. 아이유의 왼발이 택한 방향은 오른쪽이었지만 로체가 이를 읽고 막아세웠다. 가나가 절대 이기면 안되는 한국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기를 넘긴 우루과이는 이후 전반 26분에 조르당 데 아라카에타가 선취골에 성공했다. 그리고 한국은 전반 27분 터진 김영권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루과이가 전반 32분 데 아라카에타의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무언가 상황이 서서히 한국을 위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가나가 역전하기 힘든 상황. 이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우루과이의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은 채, 한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2-1로 역전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 시점에서 노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후반 추가시간 1분이라는 극적인 시간대. 역습 과정에서 손흥민이 남은 힘을 짜내 공을 가지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더니 멋진 침투 패스를 황희찬에게 건넸다. 황희찬이 이를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하면서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합뉴스

그리고 한국의 시선은 다시 가나-우루과이전으로 향했다. 추가시간 8분이 주어지며 한국보다 더 길게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아직 종료 휘슬이 불리지 않았다. 거기서 절대 우루과이의 득점이 나오면 안됐다. 우루과이가 만약 3-0으로 이긴다면 골득실에서 한국이 밀려 3위가 되기 때문. 그리고 한국 입장에선 정말 고맙게도 가나가 잘 버텨내 실점을 하지 않아줬다. 그렇게 멀리 있던 한국이 축포를 터뜨릴 수 있었다.

당장 2018 러시아 월드컵만 생각해봐도 이번에 얼마나 큰 행운이 따랐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최종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점차로 누르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준다면 거짓말 같은 16강행이 가능했다. 한국은 '카잔의 기적'을 써냈지만 당시 멕시코가 우리의 편을 들어주지 못해 한국은 대회를 조기에 마감한 바 있다.

경우의 수가 이번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마치 정해진 시나리오 대로 가기로 합의를 한 것처럼 착착 그에 맞게 진행된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 이 맛에 경우의 수를 세고, 최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라 외치고 싶은 한국이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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