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이성민 배우를 만나다

과거 이 배우는 무명시절 영화 '밀양'에 함께 호흡을 맞춘 송강호와의 인연으로 '박쥐'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마치 그 자리가 청탁 받고 나온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강호씨랑 친하냐'라는 질문에 '친하지 않다'고 정직하게 말했고 결국 오디션에 탈락하게 된다.
나중에 송강호가 왜 그렇게 말했냐고 묻자
솔직히 친한건 아니잖아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배우가 바로 이성민으로 이제 그는 박찬욱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명배우가 되었다.

배우 이성민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하며 느낀 소감과 함께, 영화 속 캐릭터 '범모'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느꼈던 부담감, 그리고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의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성민은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언젠가는 꼭 한번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다"며, 드디어 자신에게 시나리오가 도착했을 때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그와 직접 그와 만나 나눈 일문 일답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하게 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박찬욱 감독님은 제가 언젠가 꼭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이었다. 드디어 저에게도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왔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 처음 시나리오에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만수 역인가?' 하는 기대감도 살짝 들기도 했다.(웃음)
-기대감과 함께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맞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했다. 감독님이 구상하고 계신 캐릭터가 있을 텐데, 제가 감독님의 상상력만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혹시 제 연기에 실망하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의 디렉션은 마치 '면도날' 같다고 느낄 정도로 섬세했다.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파고들 때마다 감탄했고, 많은 감독님들과 작업하면서 그런 섬세한 디렉팅은 오히려 더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감독님을 신뢰하게 된다.

-배우님이 연기하신 '범모' 캐릭터는 어떤 인물이라 정의했나?
실제 범모는 나와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약간 오타쿠 같은 면모가 있지만, 나한테는 그런 지점이 없다. 오히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느꼈다.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물보다, 평범한 일반인을 연기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 범모가 그런 범주에 속하는 인물인데,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며 지쳐있는 캐릭터를 제 안에서 찾는 것이 꽤 힘들었다. 물론 큰 범주 안에서 본다면 '직업에 대한 애착'이라는 부분은 저와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연기만 해왔고, 연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범모에게 제지 공장 일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 '실존'의 문제였던 것처럼, 나에게도 연기는 내 생존과 연결된 문제다.
-범모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범모는 평생 제지 공장에서 일했고, LP 음악만 고집하는 등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길에서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외모를 만들어갔다. 파마를 하고 새치 분장을 하는 등 분장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평범한 인물의 무기력함을 어떻게 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잠시였지만 20대가 된 내 모습을 본 소감은?
실제 20대의 나는 영화속 모습처럼 안 생겼다.(웃음) 그래서 나는 전혀 공감할수 없는 장면이다.(웃음) 아마 그 모습은 CG로 구현한 내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장면은 과거의 내 사진속 모습을 활용하고 사방에 카메라를 촬영한 완성한 장면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병헌 씨는 말할 필요가 없죠. 보면서도 '저런 표정을 어떻게 하나' 따라 해보기도 했다. 성실함을 넘어 빈틈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오각형처럼 부족한 부분이 없이 완벽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손예진 씨도 신선하고 좋았다.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는데, 후반부에 피폐해진 얼굴로 나오는데 '손예진한테서 저런 얼굴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박희순 씨와는 연극을 할 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이번에는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였을 것이다. 염혜란 씨와는 20년 전 연극 무대에서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때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친구와 함께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놀랍고, 현장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준비를 많이 해오는 배우다. 역시 이런 배우들은 어디 숨어있어도 찾아내는구나 싶다.

-염혜란 배우와의 부부 호흡이 의외로 좋았다. 왠지 에피소드가 많았을것 같다.
20년전 연극 무대 이후 함께 작업하게 되어 반가웠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총을 두고 대치하는 장면을 3일간 찍었는데, 염혜란 씨가 발가락 부상 중이었음에도 정말 집중해서 해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에 함께하는 저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오는 난투극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이 장면의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을것 같다.
영화에서는 '고추잠자리' 음악을 틀으면서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나왔는데,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음악을 틀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음악이 어느 정도의 볼륨으로 나올지 감이 없어서 목소리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완전히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 연기했는데, 영화를 총 네 번 정도 봤는데, 사운드가 크게 틀어져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상영 때 음향이 좋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거기서 본 '고추잠자리' 신이 재미있었다. 사실 그 장면에서 제가 크게 한 건 없고, 이병헌 씨와 염혜란 씨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전자에 언급한대로 염혜란씨가 발가락 부상 상태서 열연을 펼친게 바로 그 장면이다.

-영화 제목 '어쩔수가없다'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훨씬 더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 수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존'과 연결된 문제라고 느꼈다. 저 또한 배우라는 직업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기에, 만약 연기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범모에게 제지 공장이 그 의미였던 것처럼요. 그래서 아내 아라가 범모에게 '실직이 문제가 아니라 실직을 대처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범모가 단순히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이성민 배우의 '신스틸러' 활약상을 돌아보게 하는 한해라 정의할수 있을것 같다. 올해 상반기 공개된 티빙 '원경'에서 보여준 이성계의 연기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짧은 분량에도 내 역할의 존재감을 만드는 비결과 최선을 적은 분량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아마도 내가 필요한 연기 장면이었기에 그런 좋은 기회가 온것 같다. 배우가 분량을 보고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주어진것에 최선을 다하고 분량이 적든 많든 대충하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내가 만난 캐릭터들이 대부분 배경이 좋았기에 그런 요청을 받을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운이좋게 득을 본것 같다고 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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