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왕들의 문화유산, 기후 변화로 무너지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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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프랑스 역사 문화 유적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프랑스 루아르 지방은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유럽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야생이 살아 숨시는 루아르강과 그 강을 따라 만나는 프랑스 고성들의 장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 위치한 이 역사적인 성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의 급증과 가뭄, 그리고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성들의 구조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일부 성은 심각한 손상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9월 프랑스의 대표적인 환경 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Réseau Action Climat)'는 기후 변화가 프랑스 전역에 미치는 영향을 지역별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동 보고서는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 홍수 등 다양한 기후 위기가 역사적 유산, 특히 루아르 계곡의 성들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역사적 유산의 위기

프랑스 중부, 특히 센트르-발 드 루아르(Centre-Val de Loire) 지역은 수백 개의 성과 역사적 건축물들이 밀집한 곳으로, '왕들의 땅'이라 불린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이 지역의 유산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이 지역의 평균 기온이 2050년까지 2도, 2100년까지 4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름에는 폭염일수가 대폭 늘어나고, 겨울에는 강수량이 10~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지역 내 농업과 산림뿐만 아니라, 루아르 계곡의 고대 성들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성들이 위치한 지역의 지반은 점점 더 가뭄과 습도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슈농' 성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유산으로 지목됐다.

슈농소 성: 기후 변화의 위험을 고스란히 품다

사진 : 픽사베이

슈농소 성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로, 루아르 강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구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성의 기초는 나무 말뚝에 의해 지지되고 있어, 강수량 변화가 크면 기초가 약화될 위험이 크다. 성의 기초가 마르거나 침수되면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홍수나 급격한 수위 변화 시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셴송소 성을 비롯한 많은 역사적 유산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적으로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특히, 성의 보수와 관리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며, 이러한 기후적 위협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앙부아즈 성, 큰 위기 직면

앙부아즈 성 모습,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레오나르도 다빈치 무덤이 있는 앙부아즈 성도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성의 외벽인 성곽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면서, 대규모 보수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2024년 가을, 이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성곽 주변의 테라스에 물이 차오르며 구조가 약해졌다. 2025년 1월에는 지반 침하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전해졌다.

이러한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000톤의 토양이 급히 제거되었고, 성곽을 안정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앙부아즈 성의 마르크 메타이(Marc Métay) 감독관은 "벽에 가해지는 수평 압력을 줄이기 위해 성곽을 재건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성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 진행되고 있으며, 총예산은 250만 유로에 달한다. 이 공사는 성곽에 인접한 주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80명이 대피했다.

이 중 일부 주민은 아직도 자신들의 집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인 유제니 드 자함(Eugénie de Jaham)은 "5개월 동안 내 집에 돌아가지 못해 정말 답답하다"며, "앙부아즈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성곽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성벽의 안전이 문제 되고 있다.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아제이-르-리도 성, 가뭄으로 인한 또 다른 위협

앙부아즈 성만큼이나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성은 바로 아제이-르-리도 성이다.

이 성은 특히 호수에 서식하는 침입종 조류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따뜻한 날씨와 기후 변화로 인해, 조류의 번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을 둘러싼 물이 흐려지고 있는 것.

정원 관리자인 니콜라 주베네(Nicolas Juvené)는 매주 조류를 수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이 작업은 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합니다. 호수에 서식하는 수생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조류를 제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협은 성의 기초에 있다. 아제이-르-리도 성의 기초는 19세기 당시 설계된 참나무 기둥 위에 놓여 있다. 이 기둥들이 물속에 잠겨 있어 성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참나무 기둥이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베노와 그레쿠르(Benoît Grécourt), 아제이-르-리도 성의 관리자는 "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기둥들이 마르며 약해지고, 이는 성의 구조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사진 : 에코저널리스트 쿠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자연재해로 인해, 프랑스의 역사적인 성들은 더 이상 단순히 문화유산의 상징적인 존재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성은 현재 그들의 구조적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공사가 필요하며,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하게 만든다. 이제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역사적 유산을 지키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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